[사설]李총리 ‘골프 친구들’이 키운 기업

  • 입력 2006년 3월 1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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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와 3·1절 골프를 함께한 부산 유지(有志)들 가운데는 ㈜삼미 주주가 몇 사람 포함돼 있다. 당일 골프 모임을 주도했다는 삼미건설 회장, 모임에 동참한 부산방송 회장과 세운철강 회장(부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등이다. 이들은 한때 재벌 대열에 끼었다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 삼미그룹의 모기업 ㈜삼미를 공동 인수한 부산지역 기업인이다. 이들 ‘이 총리의 골프 파트너’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을 2주 앞두고 ㈜삼미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그해 6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채권은행단은 ㈜삼미의 부채 5000억 원 가운데 1500억 원을 탕감했다.

2002년 325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던 ㈜삼미는 2003년과 2004년엔 각각 676억 원과 20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삼미를 인수해 모기업이 된 삼미건설(전 삼림종합건설)의 매출은 2002년 384억 원에서 2003년 669억 원, 2004년 960억 원으로 늘었다. 삼미건설은 지난 3년간 김대중 정부 시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급(官給)공사를 땄다고 한다.

삼미건설 회장과 부산방송 회장은 2002년 대선 때 불법 선거자금을 건넨 혐의로 각각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세운철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집사’로 통했던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당선 축하금’을 주었지만 사법 처리는 면했다.

아무튼 이들의 ㈜삼미 인수는 매우 성공적이다. 이 총리의 3·1절 골프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이들의 기업 활동도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삼미건설 및 ㈜삼미 관련 기업인들은 자신들이 이룩한 성취에 로비나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사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정경유착’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 기업계 안팎의 얘기다. 이런 시각이 오해와 억측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면 의혹은 결국 소멸할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덮으려 하면 오히려 수사와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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