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이기려면 여성을 우대하라

  • 입력 2006년 2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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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아들을 교회에 바친 정진석 추기경의 어머니 이야기가 감동을 일으킨다. 아들이 사제가 되어 외지를 돌아다니는 동안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바느질품을 팔지언정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꿋꿋하게 살았다는 기사는 심금을 울린다. 올해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최고 스타가 된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 씨의 이야기에서도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씨는 아들을 당당하게 키우기 위해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도 받지 않고 한꺼번에 세 가지 일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내용이 새롭고 극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식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 그리하여 자식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전통적인 어머니상 그대로이기 때문에 마음에 더 와 닿는 듯하다.

사람을 키우고 가르치는 능력은 바로 리더로서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이다. 리더십에 관한 이론은 많다. 리더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하인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내세우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델은 제각각이지만 그 역할에는 공통점이 있다. 구성원에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키우고 가르치는 것이다. 바로 우리의 어머니들, 여성들이 갖고 있는 자질이다.

여성들이 리더로서의 역할이나 자질 면에서 남성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1996년 미국 대학에 여학생 840만 명, 남학생 670만 명으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학생회 임원도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여학생 학생회장이 부쩍 늘지 않았는가.

특히 구성원 간의 신뢰와 팀워크를 중시하는 새로운 조직사회에서는 여성이 더 유리하다. 남성들이 지배를 좋아하고 명령과 통제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대화와 협력, 권한 이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남성 위주의 계급체계가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초우량기업의 조건’이라는 경영 명저를 쓴 톰 피터스는 “지금까지 줄곧 조직을 지배한 남성의 사고방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심지어 앞으로 남성들이 지배할 수 있는 분야는 ‘온갖 종류의 범죄와 폭행,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일 뿐이라고 극언한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은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20대 중후반의 경제활동 인구에서 남성이 줄어든 반면 여성은 증가하는 추세다. 제조업 투자가 뒷걸음질치고 경제가 점차 서비스화하다 보니 여성형 일자리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자질과 능력을 인정받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시험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직종에서는 여성의 진출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판사 교사 공무원처럼 시험을 치러야 하는 분야에선 놀라울 정도이다.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의 경우 여성 합격자 비율이 25%, 외무고시는 50%를 넘어섰다. 올해 새로 임명된 중고교 교사 중 여성의 비율은 80%나 된다.

하지만 일반 기업이나 선출직이 많은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진출이 미흡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시험만으로 뽑을 경우 여성이 너무 많을까봐 별도 기준을 만들어 남성들을 배려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기업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여성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소비의 주체가 여성이고 리더의 자질도 남성보다 뛰어난데 여성 인재를 찾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정치권은 여성 인재를 발굴하는 척만 하는 듯하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을 의식한 제스처일 뿐이다. 집권당의 당의장 후보들이 특정 여성의 영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야당에선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지만 여성 정치인은 손꼽을 정도다. 일부 인기 여성 정치인에게만 관심을 두는 것은 오히려 ‘여성 전체’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정치인들에게 “이기려면 여성을 우대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박영균 편집국 부국장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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