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판 물 흐리는 장관, 또 신문 탓하는 총리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코멘트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대구 방문에 동행했던 이재용 환경부 장관에게 선거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장관 신분으로 “부패한 대구지방의 권력을 교체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친 것은 선거 관여 의혹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 장관은 5월 지방선거에 대구시장 후보로 ‘징발’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도 이해찬 국무총리는 어제 국회에서 “참여정부 국무위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선거사범 수사에서 좌우, 여야에 치우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장관의 행보뿐 아니라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감사 결과 발표와 행정자치부의 서울시에 대한 감사 방침을 두고 ‘정치공작’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라 이 총리와 천 장관의 다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중에서도 이 총리는 이 장관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야당의원의 국회 질문에 “언론 보도만 보고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일부 언론은 보도가 아니고 악의적 왜곡이어서 신문을 안 보는 게 세상을 오히려 옳게 보는 것이다”라고 또 ‘오버’했다. 그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여당의원들조차 청와대를 향해 “이제 언론 탓은 그만하라”고 꼬집었지만, 이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총리는 역시 난형난제(難兄難弟)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가 선관위의 경고를 받아 스스로 탄핵 파동을 불렀다. 정권 측이 이런 독선(獨善)을 버리지 않는 한 이번 지방선거도 관권(官權)선거 시비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선거를 총괄하는 총리와 선거사범 수사 주무장관인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으로 현직 국회의원인 것도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특히 이 총리는 ‘엄정 중립’을 말하면서도 선관위의 경고를 받은 이 장관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오히려 신문과 국민을 이간시키는 폭언을 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뜻이 있다면 이런 총리부터 경질해야 옳다고 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