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노곤층(盧困層)’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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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중산층’ 소리를 들으려면 세금을 내고 남는 가처분소득(可處分所得)이 1인당 연간 3000달러는 돼야 한다고 한다. 주택과 자동차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고 시장을 키우는 게 이들이다. 일본의 한 조사 결과 아시아 중산층이 2004년 1억5900만 명에서 2009년 4억700만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신중산층의 55%가 중국에서, 31%가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나온다고 하니 우리 몫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사회의 허리를 구성하는 중산층이 강해야 그 사회가 건강하고 밝다. 그래서 각국은 중산층 키우기 경쟁을 벌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을 그 나라 중간치 소득의 50∼150%에 속하는 계층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은 1997년 68.5%, 2001년 65.3%, 2004년 63.9%로 계속 줄었다. 중산층 비중이 커지고 국제비교로도 부자가 많아져야 하는데 몇 년째 모양새가 좋지 않다. 자칭(自稱) 중산층도 작년 56%로 외환위기 때의 45%보다는 회복됐지만 10년 전의 70%에는 미달이다.

▷중산층에서 일부만 상류층으로 올라가고 대다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니 더 문제다. 빈곤층 비중은 2001년 12.0%에서 2004년 13.6%로 높아졌다. 상류층 비중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권에서 늘어난 빈곤층을 ‘노곤층(盧困層)’이라고 불렀다. 3년간 70만 명쯤 된다. 노 정권이 양극화 해소를 외치지만 서민층에까지 부담을 지우는 ‘세금 짜내기’에 의존하다 보니 오히려 빈곤층이 늘었다는 얘기다.

▷소득뿐 아니라 교육 수준, 정치철학 등 여러 기준에 맞아야 중산층으로 치는 나라도 있다. 악기, 요리, 외국어에도 밝아야 하고 반칙과 독선(獨善)은 버려야 하며 사회 정의에도 적극 나서야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선 편 가르고 남의 성공에 배 아파하거나, 제 잘못은 감싸고 남에게선 흠집 찾아 비난하기가 유행한다. ‘정신적 노곤층’도 훨씬 많아진 듯싶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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