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당 의원들은 지난달 주식양도차익 과세,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증세(增稅)에 앞장섰다. 그러나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자 여당 측은 지방선거 득표를 위해 ‘전술적 후퇴’를 하는 듯하다. 정부의 ‘맞벌이 가구 소득 공제 축소’ 방침에 제동을 건 것도 그런 예다.
세금을 둘러싸고 정책이 ‘춤추는’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재경부는 지난달 24일 소주세율 인상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발 여론이 들끓자 애당초 증세를 주도했던 청와대가 거꾸로 재경부에 질책성 경고를 보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다”며 1주일 전의 연설에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 뒤에도 청와대, 경제 부처, 여당 간의 ‘세금정책 엇박자’는 계속돼 왔다.
이 밖에도 당-정-청의 경제정책 혼선은 끊이지 않는다. 재건축 승인권의 중앙 정부 환수를 놓고 재경부와 건설교통부가 딴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재경부는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국민 생활과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군사보호지역 해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획을 발표한 뒤에 여당이 “충분한 당정 협의가 없었다”며 정부를 꾸짖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모처럼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 때 정부 여당은 민간부문의 활력을 북돋워 설비투자 증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야 할 텐데, 전방위로 세금 더 걷기에 매달리다가 표(票) 때문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빚으며 ‘정책의 난장판’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니 증시 불안도 가중되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