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는 전투보다 타협으로 일관해 온 흑에게 또 한번의 양보를 기대하는 이세돌 9단의 과감한 승부수였다. 이창호 9단은 숙고를 거듭한다. 그도 백 ○의 도발에 대해 물러서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흑 99가 최강. 이어 흑 107까지 중앙 백 두 점을 품에 안았다. 백의 승부수는 무산될 것인가. 아니다. 중앙 두 점을 죽이면서 얻은 약간의 두터움을 배경으로 백 108로 또 한번 우변 흑 진으로 돌입한다. 두 번째 승부수다. 일류 기사라면 불리할 때 한번의 승부수로 그치지 않는다. 상대를 파상적으로 괴롭히면서 상대의 빈틈을 끊임없이 노린다.
이창호 9단도 백 108에 마음이 흔들렸다. 흑 109로 끊어 간 것이 백의 승부수에 걸려든 과수. 백의 다음 한 수가 흑을 곤경에 몰아넣었다.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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