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DJ시절 ‘측근 인사’ 비난 칼럼 패러디 화제

  • 입력 2006년 1월 19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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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십시오. 대통령님의 독선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저는 대통령님에 대한 기대를 이제 접었습니다. 2년이면 실망하기에 충분히 긴 세월입니다.”

얼핏 보면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어떤 논객의 칼럼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글은 유시민(사진)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99년 12월에 쓴 ‘김대중 대통령께’라는 칼럼의 한 대목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 내정자가 DJ 정권 중반기에 ‘동교동계 측근 인사 기용’과 ‘독선적 국정 운영’을 강도 높게 비판한 칼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을 노무현 대통령으로 바꾸면 요즘 상황하고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주장. 더구나 칼럼을 기고한 신문은 유 내정자가 ‘독극물’에 비유했던 동아일보다.

유 내정자의 원천 글은 ‘노무현 대통령께’라는 제목의 패러디로 확대 재생산되기도 했다.

19일 인터넷신문 ‘대자보’의 김영국 편집위원은 유 의원의 글을 2006년 상황에 맞게 살짝 비튼 뒤 참정연(www.cjycjy.org) 게시판에 올려 놓았다.

다음은 유 내정자의 글패러디를 비교해 놓은 것이다.

“지난 5월 김태정씨를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했을 때 참여연대는 청와대로 보내던 ‘개혁통신’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때 저는 국민여론에 맞서 ‘정치적 충돌실험’을 감행하는 대통령이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정치인 김대중’이 맞는지를 물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이 모든 항의를 묵살했습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인의 장막’을 경계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했을 때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유 의원은 시기에 따라 소신을 매우 자주 바꾸는 의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때 저는 국민여론에 맞서 ‘정치적 충돌실험’을 감행하는 대통령이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정치인 노무현’이 맞는지를 물었습니다. (이하 동일)”

“경제분야와 대북정책에서 거둔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이 정치적 궁지에 빠진 원인이 무엇입니까. ‘수구세력의 저항과 음모’ 때문이 아니라 개혁 의지를 포기하고 제풀에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국정원과 검찰 등 권력기관을 곁에 두고 편하게 정치를 하는 길로 너무 일찍 들어서 버린 탓으로 ‘언론문건 파동’과 ‘옷로비 은폐조작 파문’ 따위의 정치적 추문이 연이어 터진 것입니다.”

“주가상승과 대북정책에서 거둔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이 정치적 궁지에 빠진 원인이 무엇입니까. ‘수구세력의 저항과 음모’ 때문이 아니라 개혁 의지를 포기하고 제풀에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친노직계 정치인들만 곁에 두고 편하게 정치를 하는 길로 너무 일찍 들어서 버린 탓으로 ‘대연정 파동’, ‘삼성 X파일 파문’, ‘황우석 사태’ 따위의 정치, 경제적 추문이 연이어 터진 것입니다.”

“‘동교동계 참모의 전진 배치’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자리를 이른바 ‘동교동 가신’으로 채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간 국민회의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예스 맨’만을 중용한다는 비판이 들리지 않는지요.” 유시민(시사평론가)

“‘친노직계 참모의 전진 배치’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은 청와대를 비롯 주요 장관과 정부산하기관장, 심지어 폼나는 스포츠단체의 장까지 이른바 ‘영남출신 노빠 정치인’으로 채웠습니다.이 모든 것이 그간 열린우리당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평시민(기억력 좋은 국민)

패러디를 쓴 김영국 위원은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오늘의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꼭 필요한 ‘훌륭한 비평’으로 재탄생(?)했다”며 “마치 한 편의 반전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시민 내정자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들던 기백처럼 오늘날 노 대통령에게 대들고 있는 사람도 부지지수로 늘었다”며 “특히 진보진영에서 노무현을 바라보는 시선은 99년 김대중을 비판하던 유시민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유시민 내정자가 이 패러디를 새겨 듣고 99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했던 비판 정신 그대로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시민의 세상읽기]김대중 대통령님께 보기

▶[패러디/기억력 좋은 국민들의 세상읽기] 노무현 대통령님께 보기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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