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은 으레 깨지는 것으로 여기는 점도 깨져야 할 고정관념이다. 지난해 6월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LG CNS가 새해 결심 실천 중간점검을 했더니 50점 이상이라고 평가한 사람이 69.3%나 됐다. 주로 운동과 자기계발인데, 아예 결심을 안 한 사람들보다 이들은 최소한 반걸음은 앞서 있다는 얘기다. 구상(具常) 시인은 ‘새해 새아침이 따로 있다드냐?’ 했지만 앞줄만 읽고 덮으면 혼자만 손해다. ‘너의 마음안의 천진(天眞)을 꽃피워야 비로소 새해를 새해로 살 수가 있다’고 했으니.
▷천진이 꼭 거창해야 맛인가. 옥션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금연(40%)을, 여성들은 다이어트(60%)를 2006년의 가장 큰 결심으로 꼽았다. 외국도 비슷하다. 해마다 미국인들의 새해 소망을 조사하는 마이골닷컴에 따르면 체중조절 금연 등 건강에 관한 결심이 31%로 가장 많다. 결심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 계획을 당장 써 붙인 뒤 일 년 내내 다짐을 하고 또 하면 작심 석 달은 갈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사를 통해 새해 결심을 밝혔다. “서민 여러분의 형편이 한결 나아질 수 있도록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결심이다. 대통령 말이 되레 국민 헷갈리게 한다고들 했지만 그건 지난해까지의 과거사다. 대통령도 이번 새해 결심만은 꼭 지켰으면 좋겠다. 근하신년(謹賀新年).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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