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기대여車 감세특혜 조세형평성 어긋난다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0분


현행 지방세법은 일반 자가용처럼 이용되고 있는 ‘장기 대여용 렌터카’를 영업용으로 분류해 자동차 구입 및 이용 단계에까지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이는 자동차라는 동일한 과세 대상에 대해 세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실질 내용(자가용 또는 영업용)에 따라 적용하는 이른바 실질 과세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세금 감면을 받는 장기 렌터카는 기업(법인)이나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지불 능력이 있는 계층이 세금 감면의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1000만 명에 이르는 일반 자가용 이용자들만 상대적으로 고율의 자동차세를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에 대한 불만이 확산돼 자칫 국가 조세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대되기 전에 자동차세에 대한 ‘조세 형평성’ 차원의 근본적 해결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왜곡된 자동차 관련 세금 체계를 고치기 위해 나선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행자부는 3개월 이상 동일인에게 장기 대여하는 차량의 경우에는 일반 자가용과 동일하게 자동차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월 말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행자부의 이 같은 개정안 추진이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 때문에 보류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아직도 ‘떼 법(法)’이 통하는구나” 하는 아쉬움과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관련 부처가 모여 특별대책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희망적이지만, 비정상적인 법안을 고치려는 의지가 갖춰지지 않는 한 정상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회의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정부는 2001년에 장기 대여 자동차와 일반 자가용 자동차의 조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자가용으로 사용되는 6개월 이상 장기 대여 렌터카를 특별소비세 면세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감사원에서도 2003년에 장기 대여 렌터카에 대한 자동차 세율 인상을 제도 개선 사항으로 통보했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번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의 당위성은 자명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터카 업계는 영업의 자유 침해와 영세 렌터카 업체의 고사(枯死) 등을 이유로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영업의 위축을 우려한 대형 렌터카 업체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 자가용 이용자를 역차별하는 ‘세금 감면’이라는 절대적인 특혜를 없애는 것이 과연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또한 75% 이상을 장기 대여에 집중하고 있는 대형 렌터카 업체와는 달리 단기 대여에 치중하고 있는 대다수의 영세 렌터카 업체에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앞으로 조세 불균형으로 일어날 문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정부의 본래적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이 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지방세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쪽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만하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부처 간의 태스크포스에서는 이번 지방세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세제 개선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백영수 여신금융協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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