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어머니 사연에 누리꾼 충격, 분노

  • 입력 2005년 11월 2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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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허리띠로 구타당하는 것을 봤다. 아버지가 직장을 잃은 다음부터 초등학생인 나도 야구방망이로 맞고 물고문을 당했다. 아버지는 명문대 법학과 출신이다. 나는 자살도 몇 번 시도해봤다. 지금 나는 대학생이지만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ID 김OO)

“어머니와 나는 의처증에 걸린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왔다. 방문을 걸어 잠근 채 회초리와 줄넘기, 골프채 등으로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맞았다.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고 머리를 바닥에 찧을 때도 있었다. 이유는 ‘전기를 아끼지 않는다, 외모에 신경을 쓴다’는 것. 어머니는 늘 내게 외부에 알리지 말고 아버지를 이해하라고 말한다” (ID 전OO)

2일 한 유명 인터넷사이트에 오른 가정폭력의 실제 사례다.

지난 1일 SBS의 시사교양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가 첫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2편으로 나눠 우리의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해 파장을 일으켰다.

1편은 20년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한 주부의 이야기. 남편은 아내를 욕조에 집어넣고 물고문을 하고 혁대를 이용해 목을 조르는 등 지속적인 폭력에 행사해왔다. 장성한 아들도 아버지에게 살의를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폭력의 이유는 극단적인 의처증. 남편은 아내의 옷을 모두 칼로 찢어 놓고 화장실의 쓰다버린 휴지를 아내의 입에 넣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2편의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60대 홀어머니는 아들로부터 “엄마”라는 호칭대신 “야!, 너!” 를 비롯해 “이X아!” 등으로 불리며 심한 폭행을 당한다. 아들이 주먹을 휘두르는 이유는 어머니가 용돈을 주지 않는 다는 것.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아들이 스무 살이 넘도록 자신을 마구 때리는데도 보복이 무서워 그동안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

제작진은 “처음 만난 어머니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아들에게 맞아 이가 빠지고 머리가 뜯기고 뼈가 굽어진 상태였다”며 “폭력을 막기 위해 설치한 CCTV에 끔찍한 상황이 잡혔다. 어머니와 아들, 둘밖에 없는 방안에서 아들은 어머니에게 일상적으로 욕을 퍼붓는가 하면, 머리를 발로 힘껏 차버리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결국 아들은 존속폭행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형을 받았다.

방송이 보도된 뒤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충격을 받은 누리꾼들의 분노 글이 쏟아지고 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한종님),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이유진),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슴이 아파서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이미령)

또 수많은 누리꾼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계완’은 “주변에서 한번쯤은 목격했지만 누구도 털어놓고 해결하지 못한 일”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용기 있게 밖으로 드러내 문제를 풀어간다면 언젠가는 가정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진’은 “가정폭력은 모두 피해자다”며 “사회로부터의 무관심이 폭력을 낳은 것이다.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떠안아 함께 치료해야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폭력긴급전화 ‘서울1366’의 이근영 대표는 “최근 들어 수면 아래에 머무르던 이야기들이 드러나고 있다. 요즘 서울1366에 월 900여 건의 가정폭력에 관한 상담 전화가 걸려온다”며 “가정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정폭력의 해결방안에 관해서 “폭력의 원인은 다양하고 한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제도나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우선 청소년 때부터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허용될 수 없다는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또 폭력의 발생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보호시설’등의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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