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관희]國監 없애고 國調발동 쉽게 하자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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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정감사가 11일 끝난다. 정부 각 기관, 국영기업체 등은 국감 준비와 마무리를 위해 두 달 정도 정상적인 업무에 지장을 받으며 홍역을 치른다. 그러나 ‘말의 잔치’로 끝날 뿐 얻은 것은 많지 않다.

이번 국감의 주요 이슈였던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과 삼성차 부실처리 문제 등은 국감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밖에 불법감청 문제, 8·31 부동산 종합대책과 세제개편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쌀 협상 비준, 6자회담을 포함한 대북문제 등이 중요한 정책국감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것들도 평상시 해당 상임위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8월 말 한국헌법학회가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국회의 국정감시·통제 기능의 합리화 방안’에 대한 국제학술대회(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참가)에서 지적됐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국정감사 제도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제헌헌법 당시 선진국의 국정조사 제도를 오해해 잘못 도입한 탓이다. 국회가 국민대표로서 국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국정감사기관’은 아니다. 국가기관의 정상적인 업무를 정지시켜 가며 하는 국정감사는 정부 각 기관의 자율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는 미국 대통령제의 국회 권한에는 없는, 각 상임위에서 언제든지 각부 장관을 출석시켜 필요한 사항을 정책질의하고 관련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또한 국회는 특정 사항을 지정해 감사원에 감사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의심이 있다면 선진국에서와 같이 정식으로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정확히 파헤칠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의 국정조사 제도는 그 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재적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무늬는 갖췄으나, 실제 활동의 근거가 될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은 국회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그러한 국회의 일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재적 4분의 1 이상의 소수 정파가 원하는 대로 증인선정 신문방식을 포함해 국정조사권을 쉽게 발동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앞으로 헌법 개정 시 국정감사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헌법 개정 이전이라도 여야가 합의하여 불합리한 국정감사는 자제하고 그 대신 국정조사를 활성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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