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클린턴 콘돔’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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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긴급전화를 걸어 왔다. 옐친은 최대 콘돔공장이 폭발한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에서 인구 폭발이 일어나면 미국 안보에 위해(危害)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콘돔 100만 개를 원조해 달라는 옐친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했다. 옐친은 길이 9인치(22.5cm), 지름 3인치(7.5cm)가 러시아에서 미디엄(중간) 사이즈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콘돔 제조업체 트로잔에 옐친이 요청한 콘돔 100만 개를 즉각 보내라고 주문하면서 덧붙였다. “낱개 포장마다 ‘메이드 인 USA, 스몰 사이즈’라고 인쇄하시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유머지만 클린턴은 실제로 대통령 퇴임 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2002년 1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에이즈 예방을 위한 세계회의에서 “미국의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나이키가 콘돔 생산에 뛰어들어 부메랑 모양의 로고를 콘돔 형태로 바꾸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농담을 했다. 클린턴은 중국에서도 에이즈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친 일이 있다.

▷중국 광저우(廣州)의 콘돔 생산업체가 클린턴과 르윈스키 콘돔을 만들어 상표등록을 마치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고 한다. 클린턴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고무제품에 자신의 성을 썼다고 해서 소송을 낼 것 같지는 않다. 더욱이 저작권 침해가 일상화한 중국이 아닌가. 그렇더라도 ‘르윈스키 콘돔’은 심했다. 이러다가는 중국에서 ‘클린턴 시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에이즈 정책은 ‘ABC’로 요약된다. A(Abstinence·금욕) B(Be faithful·정절) C(Condom)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에이즈 정책이 ‘C’보다는 ‘A’를 강조해 균형을 잃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부창부수(婦唱夫隨)인가. 남편 클린턴은 중국에서 자신의 성을 딴 콘돔 제조라인이 생긴 최초의 미국 전직 대통령이 됐다. 남편이 이룬 최근 ‘업적’에 대한 힐러리 상원의원의 코멘트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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