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들의 식지 않는 족구 사랑

  • 입력 2005년 8월 30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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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족구폐인’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최근 국방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족구를 사랑하는 예비역들의 애틋한 소망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간절한 바램은 바로 ‘국방부장관기 전국족구대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

예비역들은 “족구는 군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로 장병들의 체력증진과 단결력 강화를 위한 최고의 운동”이라며 “족구 대중화를 위해, 민군화합을 위해 군인과 민간인이 함께 참여하는 국방부장관기 족구대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서 태동한 유일한 구기종목인 족구는 1960년대 공군 전투비행사들에 의해 처음 시작돼 군대는 물론 대학과 직장을 비롯한 사회에 널리 퍼져 현재 약 700여만 명이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족구가 군에서 꽃피운 스포츠지만 아직까지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회는 없다. 오히려 문화관광부에서 장관배 족구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각 지자체에서 행사홍보를 위해 대회를 여는 정도다.

이에 예비역들은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해 “족구의 메카 국방부에서 족구대회를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호소문을 올리고 있는 것.

조신욱 씨는 “군에서 족구를 처음 접한 후 지금은 족구 없이 살 수 없는 매니아”라며 “군에서 운동은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이었다. 국방부의 족구대회 개최는 현역과 예비역들의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욱 씨는 “국방부장관기 또는 육해공 참모총장기 등의 대규모대회는 군인과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한마당이 될 것”, 류동진 씨는 “각종 지역 축제에서 족구대회로 관광객을 유치할 정도로 붐이 일고 있는데 군에서 관망만 한다는 것은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족구를 접해 열혈팬이 되버린 ‘군대족구폐인’들의 갖가지 재미난 사연도 줄을 잇고 있다.

스스로를 경북 상주의 족구동호회 회장이라고 밝힌 김학현 씨는 “군에서 족구를 배운 후 제대 후에도 묘한 매력에 빠져, 부인이 임신 7개월인데 지금 태아명이 김족구”라고 밝히는가 하면, 예비역 김성용 씨는 “주말마다 족구를 즐겨 부부싸움이 날 정도다. 하지만 한번 빠지면 도무지 헤어날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현역 장병들도 조심스럽게 국방부 장관 앞으로 ‘족구대회’를 염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김 윤 씨는 “젊은 청년들이 땀 흘리며 맘껏 소리치고 화합할 수 있는 큰 족구대회를 개최해주십시오”라며 “이등병서부터 장교들까지 같이 어우러져 뛸 수 있는 대회가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건강하고 활기찬 병영이 될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눈에 띄는 것은 예비역들에게 족구비법을 전수받은 여성 팬들까지 가세한 것.

김은미 씨는 “제대한 오빠를 통해 족구를 알게 됐다”며 “여자지만 재미를 느껴서 요즘은 주말마다 족구에 푹 빠져 산다. 심지어는 족구 때문에 여군에 지원할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방부와 함께 전국족구대회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방부가 예산과 규모를 고려해서 즉각적인 시행은 어렵다고 밝혀 현재는 유보상태”라며 “국방부에서 대회를 열어준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장관배 족구대회를 개최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되어 검토 중이다”며 “그러나 일단은 장관배 대회개최는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태권도 처럼 군인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스포츠와는 다르게 족구는 생활체육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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