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청와대 인식’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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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뭔가 결실을 보여 줘야 할 때인데 계속 일을 벌이려고만 하니 답답합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집권 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본보 22일자 A1· 4·5면)를 본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22일 이렇게 탄식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국민의 요구는 ‘경제회복’인데 청와대는 대연정과 과거사 청산 등 정치문제에 집착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 의원은 “이제 노 대통령이 정책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은 채 1년도 안 남았다”며 “세계시장에서의 기업경쟁력 강화 등 경제 분야에서 절실한 한두 가지 정책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상황 인식은 그의 지적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 같다.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은 21일 노무현 정부 집권 전반기를 평가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미진한 분야로 ‘지역구도와 그에 근거한 잘못된 정치관행’을 꼽았다. 또 그가 밝힌 집권 후반기의 역점 과제 중 첫 번째도 역시 정치문제인 ‘지역구도와 그에 근거한 정당체제의 해소’였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22일 밝힌 ‘노무현 정부의 10대 과제’에서도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은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본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라고 국민이 꼽은 것 가운데 ‘지역구도 해소’는 꼴찌인 9위(1.2%)였다.

열린우리당 내에선 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정치개혁’ 과제를 완수하려는 무리수를 두려고 하는 바람에 정권 핵심부가 정치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초선 의원은 “정치개혁은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만 해도 충분하니 이젠 경제에 매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의 이런 목소리가 정권 핵심에까지 전달되지는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 총리는 이날 노무현 정부가 전반기에 이룬 10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경제 안정화로 대외신인도 개선’을 꼽았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경제가 안정됐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명건 정치부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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