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안해! 육영재단 돌연 ‘변심’

  • 입력 2005년 8월 19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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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영 육영재단이사장동아일보 자료사진
박근영 육영재단이사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토순례행사 성추행 사건을 두고 육영재단(이사장 박근영)과 피해 학생 학부모들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행사에 참가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학생들의 학부모 50여명은 19일 오후 “박 이사장은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며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에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나타나지 않고 대신 심용석 대변인이 나서서 “시간을 끌수록 학생들만 죄인이 된다”며 철수를 요구해 학부모들을 크게 자극했다.

심 대변인은 이어 박 이사장이 쓴 ‘우리 입장’이라는 글을 대독했다.

박 이사장은 이 글에서 “재단이 마치 성희롱을 묵인해오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 재단의 명예와 신용을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양질의 프로그램에 비해 저렴한 참가비, 철저한 지도관리로 무사고 재단이라는 높은 긍지와 자부심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고 학부모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하지만 “총대장과 학생들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일부 학부모가 언론을 통해 제기한 성희롱 문제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이번 사태의 운영상 일부 흠결에 대해서는 철저한 지도감독과 책임자 문책, 시정, 보완하고 혐의가 확인되면 재단차원에서 강력한 사법처리를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더욱 흥분한 학부모들은 “이사장은 당장 사과하라”며 이사장의 집무실로 몰려갔고 이를 제지하는 육영재단 측 인사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오후 5시 현재 “이사장이 계속 사과하지 않고 버티면 성추행 및 아동학대죄로 고소하겠다”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당초 육영재단은 19일 박 이사장이 직접 폭언(“당신네들 딸이 임신이라도 했느냐”는 박 이사장의 5일 발언)과 성추행 파문, 부실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 사과할 계획이라고 학부모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재단은 하루전날인 18일 “누가 죽기라도 했느냐,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며 돌연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격분한 학부모들이 이날 시위를 벌인 것.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 국토순례단 총대장 황모 씨는 이날 “아이들 말이 전부 다 맞다. 백배 사죄한다. 박 이사장의 ‘임신 발언’에 대해서는 나도 흥분했다”며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었고, 정충구 단장도 “미숙한 총대장을 기용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죄했다.

한편 지난달 23일부터 13박14일 일정으로 진행된 국토순례 행사에는 전국의 초·중학생 100여 명이 참가했으나, 총대장인 황 씨가 참가 여학생과 여대생 조대장 등을 성희롱 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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