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4년 美작가 제임스 볼드윈 출생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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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으로 태어났다는 것!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

리처드 라이트, 랠프 엘리슨과 함께 20세기 미국 흑인문학의 위대한 봉우리를 이루었던 제임스 볼드윈. 그는 뉴욕 할렘에서 아버지도 없이 성(姓)도 모르는 채 태어났다.

그는 미국 사회의 ‘인종적 타자(他者)’였다. 서양세계의 사생아(私生兒)였다. “나는 침입자였다. 서구문명은 나의 유산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그 어떠한 유산도 없었다….”

1948년 볼드윈은 미국을 떠난다.

더는 인종 문제로 인한 분노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그는 백인들을 증오하고 두려워했으며 흑인들을 사랑하지도 못했다.

그는 유럽에서 비로소 미국과 흑인을 연결해 주는 끈을 발견한다. 그곳에선 흑인도 백인도 모두 미국인이었던 거다. “이것이 당신과 나를 연결시킨다. 검거나 희거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흑백 간의 타협과 일체감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흑인 저항소설의 기수이자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던 라이트에 반기를 든 게 이때다. 저항소설은 사회적 정의의 이념에 사로잡혀 인간의 진실한 내면을 외면하고 있었다.

“문학과 사회학은 구별되어야 한다. 작가가 동시에 민중의 대변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항소설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힘을 거부했고 인생을 부정하는 ‘신학’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백인에 대한 그의 불신감은 깊어만 간다. ‘백인의 타락’을 지켜보며 ‘흑인의 힘’ ‘흑인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한층 치열해진다.

“나를 위협했던 사회적 힘으로부터 나 자신을 떼어 놓았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놓치고 말았다. 흑백의 차이, 그 어김없는 사실은 무자비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흑인들의 저항이 힘을 더해 가면서 그는 더욱 호전적이 되어 간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그가 맞섰던 저항소설보다도 더 선동적이고 더 극렬하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외쳤다. “흑인 빈민가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없어지는 수밖에 없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시대였던 민권운동 시기를 뜨겁게 관통했던 볼드윈. 그는 결코 화해될 수 없다던 예술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졌다.

볼드윈, 그는 ‘백인들에게 이익을 줄 목적으로 악마에게 넘겨진’ 흑인들의 작가였고, 그 대변자였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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