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하로동선’ 탈세 논란과 박계동 의원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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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불거진 ‘하로동선(夏爐冬扇) 탈세 논란’과 관련한 한나라당 박계동(朴啓東) 의원의 행보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의 전언에 따르면 박 의원은 6일 의원총회에서 1990년대 말 자신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 의원 등과 함께 서울 강남구에서 운영한 음식점 ‘하로동선’의 매출액을 4분의 1로 줄여 세무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상경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탈세 의혹 관련 사퇴를 거론하며 세금 문제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니냐는 취지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했던 몇몇 의원도 박 의원이 그 같은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의원 등이 7일 오전 “세금을 성실 신고했다”며 반박하자 박 의원은 이날 오후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내가 의총에서 말한 것은 매출액대로 성실 신고했더니 관할 세무서에서 ‘주변 유사 업체보다 4배나 많은 신고액이다. 매출액을 줄여 신고하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이 의총에서 과장해서 말했다가 후퇴한 것인지, ‘옛 동지’들을 보호하려고 말을 바꿨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 의원은 그런 의문을 뒤로 한 채 이날 오후 의원 외교차 러시아로 출국했다. 그러자 같은 당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박 의원이) 사실관계는 밝혀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나라당의 다른 재선 의원은 “박 의원은 지난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때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폭언한 직후 나선 질문에서 그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물었더니 ‘총리 발언 때 자리를 비워 사정을 몰랐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대정부질문 전에 발언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박 의원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슬 퍼런 유신시절에 온몸으로 독재에 맞섰던 박 의원. 초선이던 1995년 10월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4000억 원 비자금 은닉 의혹을 폭로했던 그의 선명한 이력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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