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서강大 첫 非신부 총장 손병두 前전경련 상근부회장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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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개교 이래 첫 ‘비신부 출신’ 총장인 손병두 신임 총장은 “서강대가 경쟁력을 지닌 부분을 더욱 강화해 학교의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영한  기자
서강대 개교 이래 첫 ‘비신부 출신’ 총장인 손병두 신임 총장은 “서강대가 경쟁력을 지닌 부분을 더욱 강화해 학교의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영한 기자
“서강대를 ‘시장경제 교육의 메카’로 키워내겠습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시장경제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한국의 대표적 창업 기업인들의 업적과 정신을 연구하는 연구소도 세울 생각입니다.”

1960년 서강대가 문을 연 뒤 45년 만에 처음으로 신부(神父)가 아니면서 이 대학 총장이 된 손병두(孫炳斗·경영학 박사) 신임 총장. 28일 서강대 본관 2층 총장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온 그의 일성(一聲)은 ‘시장경제의 전도사’라는 별명에 걸맞았다.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 교육자로서 새 길을 시작했지만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그는 교육자 출신이 아닌 재계 출신 대학 총장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기업경영과 대학경영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이고 대학은 이익을 내지 않는 조직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의 원리’는 같습니다.”

손 총장과 가톨릭의 인연은 대학 때 시작됐다. 고교 졸업 후 가톨릭 의대에 진학했다가 다시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서울대 2학년 때 영세를 받았다. 세례명은 ‘돈 보스코’. 이후 독실한 신앙생활을 해 오던 그는 지난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을 맡았으며 그 인연으로 이번에 서강대 총장 후보로 추천됐다.

손 총장은 인성교육, 어학교육, 전공교육을 모두 열심히 시켜 ‘서강 고등학교’로 불렸던 서강대의 이미지가 최근 퇴색하고 다른 대학에 추월당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과거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들로 이뤄진 ‘서강학파’가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것처럼 강한 부분을 더욱 강하게 하고 경쟁력 있는 부분을 더욱 특성화해 서강대를 ‘세계 일류 대학’으로 키워내겠습니다.”

교육 관련 현안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손 총장은 현 정부가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3가지는 절대 도입할 수 없다는 ‘3불(不) 정책’을 고수하는 데 대해 “어제 총장에 임명된 사람으로서 일단은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종교재단이 세운 학교가 건학이념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라는 점을 들어 분명히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기업규제 완화’를 강하게 주장했던 것처럼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도 줄여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학이든 기업이든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대학도 자율화되면 될수록 우수한 인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중고교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대학에 학생 선발권이 폭 넓게 주어져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만큼 돈도 많이 필요하다. 손 총장은 총장 선임 과정에서 임기 중 1000억 원을 모금하겠다고 대학 측에 ‘공약’했다. ‘재계의 마당발’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계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손 총장의 연봉은 ‘0원’이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손 총장이 자원한 일이다.

“이제 저에게 돈이 필요해 봐야 얼마나 필요하겠습니까. 이 자리는 제 인생을 총결산하는 자리이고 마지막 봉사의 기회입니다. 힘이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하느님도 도와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마당발’ 孫총장의 삶

손 총장에게는 특유의 ‘뚝심’이 있다. 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일화가 부인 박경자(62) 씨와의 결혼. 그는 전경련 조사역이던 1968년 4월 대전 출장길에 기차 안에서 대전 성모여중 교사이던 현재의 부인을 처음 만났고 그날 저녁 ‘미래의 처가’로 찾아가 “딸을 달라”며 담판을 지었다. 한 달 뒤 대전에 내려가 날짜를 잡았고 그해 10월 결혼했다.

4남매를 둔 손 총장은 ‘자식 농사’도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다. 장남 웅기(36) 씨는 현재 재정경제부 사무관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비 유학 중이다. 장녀 영기(34) 씨는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끝내고 결혼해 미국에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차남 석기(33) 씨는 현대건설 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회사 지원을 받아 미국 카네기멜론대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차녀 유기(32) 씨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결혼했다.

자녀교육의 ‘비결’에 대해 손 총장은 ‘집에서 TV 안보기’를 꼽았다. 실제로 그는 삼성그룹 비서실 근무 시절 명절 때 회사에서 TV를 선물로 받아도 곧장 벽장에 넣고 잠가버리는 등 집안에서 일절 TV를 틀지 않았다고 했다.

▼손병두 총장 프로필

△1941년 경남 진주 출생(64세)

△1964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66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역

△1972∼1981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과장 부장 이사

△1988∼1994년 동서경제硏 소장, 사장

△1994∼1995년 동서투자자문 사장

△1995∼1997년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1997∼2003년 전경련 상근부회장

△2003∼2004년 전경련 상임고문, 우석대 객원교수

△2004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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