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戰犯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막힌 일본

  • 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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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A급 전범(戰犯)으로 처형된 14명에 대한 무죄론(無罪論)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이 극우세력과 우익 성향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오는가 싶더니 드디어 야스쿠니(靖國)신사 측이 “국내에서 그들은 범죄자로 간주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공식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신사 측은 전범을 재판한 도쿄군사재판에 대해서도 “절대 옳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태평양전쟁은 도대체 누가 일으켰다는 말인가. 1941년 진주만을 기습 폭격하고, 미국에는 뒤늦게 선전포고를 했던 비열한 전쟁행위를 일본 말고 유령이 벌였다는 소리인가. 일본은 상식적으로 통할 수 없는 이런 역사인식과 망설(妄說) 때문에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분노를 키우고 세계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줄 알아야 한다.

A급 전범 14명은 도조 히데키 총리를 포함한 ‘최고전쟁지도회의’ 구성원 등이다. 그들은 쇼와(昭和) 일왕이 주재한 이른바 ‘어전(御前)회의’에서 전쟁을 모의하고, 일왕의 크고 작은 ‘성단(聖斷·결정)’을 받들어 작전을 지휘했다.

그렇다면 전범들의 무죄를 주장하는 일본 내 세력은 일왕의 전쟁 책임은 인정하는가. 그렇지 않다. 나가사키 시장이 “천황에게 전쟁 책임이 있다”고 한마디 했다가 우익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게 일본이다.

딱하고 위험한 일은 이런 기막힌 ‘전범 무죄론’에 총리까지 지낸 나카소네 야스히로 같은 유력 정치인들이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범을 ‘쇼와시대의 수난자(受難者)’라고 포장한다.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자위(自衛)’를 위한 것이며, 미국의 침략에 대응한 것인 양 역사를 뒤집으려는 행태다. 이런 사람들이 설치는 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을 벌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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