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942년 카뮈 ‘이방인’ 발간

  • 입력 2005년 6월 15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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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밤의 끝 사이렌이 울렸다.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중략) 아무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다.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마음이 생겼다. (중략)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내가 사형을 당하는 순간 많은 구경꾼이 모여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처녀작 ‘이방인(L’´etranger)’이 1942년 6월 15일 발간됐다. 1인칭 수기 형식의 이 소설은 29세의 카뮈를 일약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주인공 뫼르소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사는 평범한 샐러리맨. 무더운 어느 날,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일상은 송두리째 바뀐다. 양로원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 여자 친구 마리와 해수욕장에서 노닥거리고 희극영화를 보면서 배꼽을 쥐는가 하면 밤에는 정사를 한다. 며칠 후에는 우연히 불량배들과의 싸움에 휘말려 동료 레이몽을 다치게 한 아랍인을 권총으로 살해한다.

그는 살인 동기를 “바닷가의 여름 태양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하며 신부를 모독하고 속죄의 기도를 거부한다.

이를 두고 평론가들은 인생의 무의미, 실존의 문제를 드러낸 대표작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카뮈는 이 평가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는 자신을 실존주의자로 보는 세상을 향해 “나는 실존주의가 끝난 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조리한 삶에 대해서 완전히 무관심하게 살다가 죽음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삶의 의미와 행복을 깨닫는 뫼르소. 그는 사실 ‘부조리한 인간’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소외된 ‘비극적 인간’이다.

카뮈는 여기에 삶의 절대적 부조리에 맞서 비록 나약하지만 고독한 반항을 계속하는 인간상을 더한다.

이는 나치의 침략에 맞서 레지스탕스 운동에 앞장선 작가의 삶과도 일치한다. 카뮈는 인생의 근원적 무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표를 던지며 영원한 자아(自我)로의 회귀를 주창했다.

1957년 44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지만 3년 후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카뮈. 그에게 죽음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을까. 그 순간 그가 그토록 갈구했던 새로운 세상을 찾았을까.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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