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리버풀, 원더풀! AC밀란 잡고 유럽챔프리그 우승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이었다.

전반에 3골을 먼저 내준 뒤 후반에 내리 3골을 몰아넣어 3-3 동점. 연장전 사투를 힘겹게 넘긴 뒤 승부차기에서의 승리.

유럽 프로축구 최강 클럽을 가리는 ‘꿈의 제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컵은 ‘니케(승리의 여신)’의 잔혹한 장난 끝에 리버풀(잉글랜드)에 돌아갔다.

리버풀은 26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2005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AC 밀란(이탈리아)과 전후반을 3-3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겨 우승했다.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유러피안챔피언스컵(1993년 챔피언스리그로 바뀜) 시절인 1983∼1984 시즌 우승 이후 21년 만의 정상 정복.

리버풀은 경기 시작 52초 만에 AC 밀란의 36세 노장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에게 첫 골을 내줬고, 39분과 44분 에르난 크레스포에게 연속 골을 허용해 0-3으로 전반을 마쳤다. 이때까지 AC 밀란의 우승을 의심하는 이는 누구도 없었을 듯.

그러나 리버풀은 후반 9분 스티븐 제라드의 헤딩슛을 시작으로 11분 블라디미르 스미체르, 15분 사비 알론소의 슛으로 6분간 3골을 폭풍처럼 몰아쳐 3-3 동점을 이뤘다.

결국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로 들어섰고 여기서 리버풀의 폴란드 출신 골키퍼 예지 두데크가 빛을 발했다.

두데크는 AC 밀란의 두 번째 키커 안드레아 피를로의 킥을 쳐낸 뒤 3-2로 앞선 상태에서 AC 밀란의 마지막 키커인 안드리 셰브첸코의 슛까지 몸으로 막아냈다.

그 순간 AC 밀란 선수들이 머리를 움켜쥐며 쓰러진 반면 리버풀 선수와 팬들은 절정의 흥분 상태에 빠졌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