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지호]이회창 前총재의 마지막 임무

입력 2005-05-04 18:03수정 2009-10-0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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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의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은 지난달 대구 출신인 백승홍 전 의원을 대표로 뽑은 데 이어 이달 7일 대구에서 전국대표자대회를 열고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 촉구 운동에 본격 돌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자문교수단을 이끌며 이 후보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던 공성진 의원은 “2007년 대선에 이르는 동안 여러 세력 간에 긴장관계가 발생하고 합종연횡이나 전략적 제휴 등이 일어날 텐데 그 과정에서 이 전 총재도 큰 축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솔직히 말해 이런 뉴스를 접하는 심정은 무척이나 착잡하다. 이 전 총재는 두 차례의 대선에서 연거푸 실패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두 아들의 병역면제, 소위 ‘차떼기’ 등으로 한국의 보수우파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 결과 지금 한국의 우파는 6·25전쟁 종료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따라서 본인은 물론이고 그와 지근거리에 있던 사람들도 자숙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계복귀 시도라니 이 무슨 소리인가.

▼정계복귀 누구에도 도움안돼▼

다행히 이 전 총재 측은 주변의 이런 움직임에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정계를 은퇴한 이 전 총재의 뜻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측근의 발언도 있었다. 그러나 정계복귀를 촉구하는 세력에 대해 “의도적 방치도, 의도적 조정도 할 수 없는 애매한 관계”라고 언급한 대목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좀 더 두고 보면서 정계복귀 여부를 저울질해 보겠다는 말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필자는 이 전 총재가 정계은퇴를 선언해 놓고 말을 바꿔 기어코 돌아오고야 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권력욕의 화신’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불필요한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는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전 총재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참회록 집필이다.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한국의 우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자신의 소회와 의견을 생생한 경험담에 입각해 진솔하게 서술해야 한다. 그리고는 “두 번에 걸친 실패는 나 하나로 족하니 승리를 위해 내 등을 밟고 지나가라”고 외쳐야 한다.

이제 한국의 우파 진영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사익을 앞세워 대의를 그르칠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성공해야 개인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요컨대 ‘사즉생(死則生)’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충분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참회록 집필이 우파 돕는길▼

관리형 대표의 필요성 운운하며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여실히 드러낼 뿐이다. 국회의원이 125명이나 되는 정당에 관리형 대표감 하나 없다면 그런 정당은 차라리 해산하는 편이 낫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뉴라이트 운동세력을 기반으로 보수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지난 만우절 기사다. 아무리 만우절 가상기사라지만 좀 고약하다.

지금 뉴라이트 운동은 할 일이 많다.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도와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우파를 세 번씩이나 죽일 것인가, 아니면 우파 부활의 촉매제가 되어 존경받는 원로로 거듭날 것인가. 그 선택은 어디까지나 이 전 총재의 몫이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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