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영찬]향우회가 선거에 휘둘려서야…

  • 입력 2005년 4월 2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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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6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현장에서는 후보는 물론 정당 간에도 사생결단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속성상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정당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경기 성남 중원의 호남향우회가 그렇다. 성남 중원은 호남 출신이 공식적으로 32%, 비공식적으로는 48%에 이른다고 한다.

본회와 지회 간부들만 500여 명이고, 회원은 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가족(3명 가정)까지 합하면 유권자가 1만5000명이다.

이들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1997년 12월 DJ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이들은 얼싸안고 눈물도 흘렸다. 2002년 대선에서는 대부분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찍지 않았나 싶다. 눈빛만 봐도 서로를 느꼈던 이들은 서러웠던 시절의 한(恨)을 선거 때 분출했던 것이다.

호남향우회는 ‘해병전우회’와 ‘모 대학동창회’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결속력이 가장 강한 3대 조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

분열의 씨앗은 정치권이었다. 2003년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분당하면서 이들도 서로 갈라져 다른 길을 갔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관계처럼 이들도 정치적 선택을 놓고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 재선거가 치러지면서 갈등이 극에 달한 듯하다. 최근 돈 봉투를 돌리다 검찰에 고발된 김모 씨는 호남향우회의 지회장이다. 7명의 후보 중 5명이 호남출신이다 보니 향우회가 온전할 리 없다. ‘배신자’ ‘꼴통’이라는 살벌한 저주가 예사로 오가고 있다.

성남 중원은 향우회 분열의 축소판일 뿐이다.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도 호남향우회는 ‘열린우리당파’와 ‘민주당파’로 쪼개졌다.

향우회는 애향심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친목모임이다. 한때 애향심이 애당심과 동일시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은 흘렀고, 한도 풀었다. 정치인들에게도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이제 향우회가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주라고….

윤영찬 정치부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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