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우리당 ‘실험과 운동’은 이제 그만

  • 입력 2005년 4월 3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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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그제 정기 전당대회에서 문희상 의원을 새 당의장으로 선출했다. 문 의장은 오랜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경쟁한 일부 후보들과 대비되는 성향 등을 감안할 때 일단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투표결과에서 문 후보에 이어 염동연 후보가 2위를 차지하는 등 이른바 ‘실용파’가 우세를 보였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개혁 깃발’만 내걸고 좌충우돌하는 리더로는 당이 분란에 빠지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는 당내 공감대의 산물로 읽힌다.

문 의장은 “배고픈 사람 배부르게 해주고 등 시린 사람 등 따뜻하게 해주는 민생 살리기가 정치의 이유”라고 말해왔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문제에 관해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다면 대체입법에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대결이 아닌 타협과 상생(相生)의 정치를 강조했다. 여당 지도자로 이런 초심(初心)을 어떻게 구현할지 지켜볼 것이다.

말 그대로 민생정치, 대화정치를 복원해 국민의 정치 불신을 씻기 위해서는 여당이 위험한 ‘실험과 운동’의 정치부터 버려야 한다. ‘386적 발상’에 의한 무모한 파괴적 개혁, 여론과 괴리된 개혁입법 밀어붙이기, 자의적(恣意的) 역사해석 등은 전례 없는 정치 사회적 갈등을 불렀다. 그 결과가 민생의 피폐로 나타났다. 한국이 당면한 국내외적 상황은 섣부른 ‘개혁 임상실험’을 거듭해도 좋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경제와 외교안보 등의 현실을 앞에 놓고 집권 여당은 무거운 책임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외 정세의 격동 속에서 국운(國運)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노동자 등도 제 몫을 해야 하지만 집권여당의 정치적 정책적 경쟁력 또한 불가결하다. 열린우리당은 우물 안에서 야당들과 경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진국들의 집권여당과 경쟁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구태의연한 정쟁(政爭)이나 선거에만 몰두하면서, 단세포적인 포퓰리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익을 지켜낼 수 없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심기일전(心機一轉)과 변모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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