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진]심대평지사-염홍철시장의 신경전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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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과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가 8일 각자 탈당을 선언하기까지 양 진영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사실 이들의 탈당은 지난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때 이미 예견됐던 일.

염 시장은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반대만 하는 한나라당’, 심 지사는 ‘무기력한 자민련’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다며 탈당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이날 탈당선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두 사람이 탈당의 명분과 앞으로의 구상보다는 어떻게 하면 ‘탈당 선언’을 더 효과적인 이벤트로 만들 것인지에 골몰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당초 두 단체장은 같은 날, 그것도 동시에 발표하는 게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전시청과 충남도청에서 동시에 발표할 경우 기자들과 방송사의 카메라가 분산돼 뉴스 효과가 반감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오전(염 시장)과 오후(심 지사)로 나눠 각각 발표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두 단체장은 자신들의 거취 표명이 지역에서 폭발력을 가지길 원했을 것이다. 아울러 이를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먼저 발표할 것인지, 아니면 동시에 발표할 것인지’ 등 탈당 선언의 형태가 아니라 탈당의 명분과 소신을 소상히 알림으로써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또 비전을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두 사람의 탈당에 대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것’(심 지사), ‘충청권에서 추락한 한나라당을 벗어나려는 시도’(염 시장) 등의 곱지 않은 시선이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청권 신당 창당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나온 두 사람의 이날 탈당 회견은 기존에 주장해 왔던 내용과 별 차이가 없었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행정도시 건설’이라는 사안을 놓고 사심 없이 머리를 맞대야 할 두 사람이 탈당 효과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쓴 것은 아닌지…. 그 같은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길 바란다.

이기진 사회부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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