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봄은 전쟁처럼…오세영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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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바람 무섭다더니. 겨우내 적멸로 돌아가리라, 일제히 한 잎마저 벗고 동안거에 들었던 나뭇가지들 입춘 지나, 우수 지나 웅성 꿈틀거린다. 저, 저, 어느새 툭 불거진 눈방울 두릿두릿한 산수유 좀 보게. 살 오른 목련 봉오리 봉긋한 털가리개 좀 보게. 진달래 영산홍 아뜩한 입술부터 샐쭉. 적멸보궁이 눈앞이라도 못 참겠네 못 참아. 여든 살 삭정이도 무릎을 일으켜 세우다 우지끈! 큰일났네. 산 너머 전쟁이 온다네. 울긋불긋 아롱다롱 아무도 안 죽고 무덤마저 살아나는 전쟁이 온다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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