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代案 정당’ 멀었다

  • 입력 2005년 2월 28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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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박 대표와 관련된 과거사 문제 중 한 가지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옳은 선택이다. 하지만 당은 여전히 혼선이다. 한쪽에서는 이 기회에 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쪽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맞선다. 여권의 과거사 공세에 통일된 의견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뿐 아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권에 끌려 다니고 있는 모습이다. 수권 정당, 대안(代案) 정당과는 거리가 멀다.

수도 이전 후속대책에 대한 대응은 대표적 사례다. 의원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행정중심 복합도시’에 찬성해 놓고는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후보 경쟁자들도 논란에 가세해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대권 게임’이 되는 듯한 양상이다.

집권 의지가 있는 제1야당이라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딱 부러지게 반대하든지, 아니면 합의를 지키든지 분명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무조건 반대하면 충청권표가 날아갈까 봐 어정쩡한 타협을 시도했던 게 결국 수도를 둘로 쪼개는 무모한 상황을 초래한 것은 아닌가.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대처방식도 야무지지 못하다.

박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리더십이란 집단의 정체성과 비전이 확립되고 이를 지도자가 대변할 때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지도부가 앞장서 ‘이미지 정치’만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기회주의적인 야당, 미래의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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