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홍정훈/광화문 현판글씨 공모를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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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의 현판 문제가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아 개운치 않다. 정부는 현재의 현판을 떼고 정조 어필을 집자해 새로 현판을 쓴다더니, 이제는 일제강점기의 광화문 사진을 구해 거기의 현판 글씨를 디지털 분석을 통해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래 희미한 사진에 디지털 기술을 들이댄다고 정확한 옛 모습이 나오겠는가. 복원을 위한 복원이라는 인상을 준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해서 현판을 바꿔단다고 해도 광화문은 옛 원형대로 복원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위치도 바뀌었고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현재의 건물을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말이다. 과거 우리는 명분에만 집착해 수많은 실수를 범해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조선총독부 건물의 섣부른 철거 결정은 귀중한 우리의 사적을 사라지게 했다. 지금의 철근 콘크리트 광화문도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는 사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굳이 현재의 광화문 현판을 떼어내고 싶다면, 어설프게 ‘복원’ 명분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서예가들을 대상으로 글씨를 공모해 ‘새 현판’을 다는 것이 차라리 옳다고 본다. 조선시대에도 궁궐을 창건 또는 중건할 때 당대 최고의 명필이 현판을 쓰곤 했다고 하지 않은가.

홍정훈 취업준비생·광주 북구 문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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