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5년 日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출생

  • 입력 2005년 1월 30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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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1월 31일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태어난 날이다. 부유한 지주 가문에서 출생했지만 그의 집안은 전후 농지개혁으로 재산을 거의 잃었다. 1954년 도쿄(東京)대 불문학과에 입학해 1959년 졸업했다. 재학시절 문필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이래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60년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일본 젊은 작가 대표로 마오쩌둥(毛澤東)을 만나기도 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다.

‘사육’(1958년)으로 주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신좌익사상에 깊이 빠지면서 두 번째 장편 ‘우리들의 시대’(1959년)가 사회 정치 비판에만 몰두해 있다는 악평을 받았다. 좌익이었던 그가 문학세계를 이념에서 ‘인간’으로 획기적으로 바꾸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그 계기는 바로 첫아들의 출산이었다. 장남 히카리는 뇌가 비정상적인 장애아였다. 오에는 이 불행한 체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당혹감 등 실존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장편 ‘개인적 체험’(1964년)이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1964년 신초샤(新潮社)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그는 장애아를 거두는 부모의 고통스러운 일상기를 다룬 ‘인생의 친척’을 펴냈다. 사상은 변하지만, 인간의 실존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의 고뇌와 슬픔, 절규는 결국 세계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로 이어져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봤다.

오에의 미덕은 이념을 넘어선 휴머니즘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와 삶에 대한 일관된 정직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청년시절 몰두했던 좌익은 비록 버렸을지라도, 좌익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약자와 소수를 껴안는 휴머니즘은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 소감 연설에서 “일본이 아시아인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고 자위대 폐지를 주장했으며 우익 교과서의 개정을 비판했다. 3년 전에는 일본의 한 고교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고 수락했다가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교장의 편지를 받은 뒤 “자유롭게 말해 온 사람으로서 강의를 단념한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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