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일은행의 교훈’ 제대로 새겨야

  • 입력 2005년 1월 11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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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인수한다. 뉴브리지캐피탈 보유 지분 48.6%와 한국정부 지분 51.4%를 3조4000억 원에 사들인다고 한다. 제일은행에 공적자금 17조6000억 원을 넣은 정부는 1조7000억 원을 받는다.

정부가 제일은행 자산 등을 팔아 작년 말까지 회수한 공적자금은 10조3000억 원에 그친다. 추가로 회수할 금액과 SCB에 지분을 매각한 대금을 다 합해도 최종적으로 5조3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반면 5000억 원에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는 5년 만에 1조1500억 원의 매각차익을 보았다고 한다.

정부가 애당초 뉴브리지캐피탈에 대해 손해 보는 협상을 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제일은행의 해외매각 자체를 잘못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당시는 부실은행을 매각하지 않고 한국 자력으로 외환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5조 원이 넘는 국민세금을 축내게 되기까지의 인과(因果)를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의 교훈을 얻을 수 없다.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경제를 몰고 가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제일은행 부실화의 주된 원인이었던 관치(官治)금융의 잔재는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대신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은 보다 철저하게 함으로써 ‘부실의 싹’을 초기단계에서 잘라내야 한다.

이제 ‘외국자본 만능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제일은행을 매각할 때 선진금융기법 도입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기업금융이 소홀해지고 가계금융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금융산업 선진화는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남의 손에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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