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342>卷五. 밀물과 썰물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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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자, 이제부터는 모두 흩어져 한왕 유방을 찾아라. 누구든 유방을 사로잡거나 목 베면 그가 차지하고 있던 것을 모두 주겠다. 파촉(巴蜀)에 삼진(三秦)을 얹어 관중왕(關中王)으로 세울 것이다!”

그러자 기세가 오른 장수들이 함성을 지르며 저마다 사방의 한군에게로 돌진했다. 한다 하는 초나라 맹장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치고 들자 잠시 누가 누구를 에워싸고 누가 누구를 들이치는 것인지 모를 혼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곧 전기가 왔다.

“대왕 한왕 유방이 있는 중군을 찾았습니다. 저기 갖가지 기치와 함께 기마대가 몰려 있는 곳입니다.”

본부 인마 5000을 이끌고 적의 후군 쪽으로 돌진해 갔던 종리매가 겨우 100여 기(騎)를 이끌고 되돌아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쓴 게 꽤나 험한 난전을 치른 것 같았다.

“그 세력은 어떠했는가?”

패왕이 짐작은 하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종리매가 갑자기 비장한 얼굴이 되어 답했다.

“보갑(步甲)과 철기(鐵騎)가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어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엄청난 세력이었습니다. 우리 5000이 뛰어들었다가 겨우 100여 기만 빠져 나왔습니다.”

그때 다시 정공(丁公)이 종리매보다 더한 낭패를 당한 꼴로 나타나 패왕에게 알렸다.

“대왕, 한왕 유방을 보았습니다. 뒤편 한군(漢軍) 속에 있었는데 전포(戰袍)를 걸치고 말 위에 높이 앉아 제법 위엄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패왕은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유방이 이제 죽을 때가 된 모양이구나. 제 감히 칼을 빼들고 진두에 나서다니. 이제 그 늙은 도적의 목을 베어 감히 과인에게 맞선 죄를 물으리라!”

그렇게 벼르면서 기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은 크게 깃발을 흔들어 사방으로 흩어진 우리 장졸을 모두 불러 모아라! 유방만 잡으면 나머지는 먼지나 지푸라기가 바람에 쓸려 가듯 절로 사라질 것이다.”

그 말에 따라 기수들이 금빛 용봉기(龍鳳旗)를 휘젓자 한군 진채 안에 흩어져 싸우던 초나라 장졸들이 모두 그리로 몰려들었다. 패왕이 철극 자루를 움켜잡고 말배를 박차며 그들을 보고 소리쳤다.

“모두 나를 따르라. 한왕 유방을 사로잡으러 가자!”

그러자 5만이 넘는 초나라 장졸이 순식간에 한 덩이가 되어 한왕 유방의 중군 쪽으로 치고 들었다.

한왕이 있는 한나라 중군 쪽도 곧 만만치는 않았다. 노관과 하후영이 이끄는 3000 갑사(甲士)에다 역상과 근흡이 함께 거느린 중군 3만과 주가와 기신이 각기 1만씩 이끄는 별대가 더 있어 그 머릿수만 해도 벌써 5만이 넘었다. 거기다가 근래의 다른 싸움과는 달리 한왕이 몸소 칼을 빼들고 말에 올라 장졸들을 기세를 북돋우니 패왕이 다른 곳에서 무찌른 군사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패왕의 기세에 밀려났던 주설과 장창도 곧 군사를 수습해 중군을 도우러 달려왔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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