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단지 전체가 경매에 들어간 민간 임대아파트만도 1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는 부도난 임대아파트가 40만 가구라는 추계까지 내놓고 있다. 임대아파트의 경매가 이루어지고 나면 세입자들은 거의 꼼짝없이 쫓겨나야 하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 가운데 상당액을 떼이기 십상이다.
이 같은 피해를 보는 영세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분양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민간 임대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해 곤란하다고 하지만 새로 임대주택을 더 짓기 위해 연기금까지 투입하겠다는 마당에 변명이 될 수 없다. 이미 살고 있는 입주자들조차 거리로 나앉는 판에 임대주택을 무작정 늘린다고 서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한 정책을 쏟아 낸 명분은 서민 주거안정과 빈부격차 해소였다. 하지만 결과는, 강남 부동산 부자들이 아니라 임대주택에 사는 서민과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는 어제 전국의 주택투기지역 11곳을 해제하고 실(實)거래가 신고제 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 ‘병 주고 약 주는’ 조치만으로 부동산 경기를 살려내기는 어렵다. 투기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설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추가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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