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한나라, 뉴 라이트 ‘아전인수’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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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자유주의를 표방한 ‘뉴라이트(New Right)’ 운동이 본보의 첫 보도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확산되자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최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도 뉴라이트 운동을 보고 건강한 개혁 보수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당직자는 “정권에 침묵하던 다수가 뭉치기 시작했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뉴라이트 운동의 시대적 ‘함의(含意)’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운동의 핵심은 좌우 극단의 이념적 편향성을 넘어 건전한 중도 세력을 각 부문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꼴통 진보’와 ‘꼴통 보수’는 당연히 극복 대상이다.

하지만 보수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은 뉴라이트 운동이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개혁정책에 비판적인 점만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유리하게 해석할 뿐 정작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엔 둔감한 듯하다.

17대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내준 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보수(補修)하는 보수(保守)’론을 폈지만 그동안 뭘 고쳤는지 알기 어렵다.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개혁 보수’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도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보수의 이미지를 벗고 “중간지대로 가자”던 당 일각의 목소리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보수 세력은 건국과 산업화를 주도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스스로를 바꾸고 개혁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탓에 이젠 ‘수구 기득권층’이란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졌음에도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여전히 ‘마(魔)의 30%’ 선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많은 국민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과거의 수구적 행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미덥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여권보다 더 혹독히 ‘자기 쇄신’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뉴라이트 운동은 한나라당에도 커다란 도전이다.

정연욱 정치부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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