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전여옥, 만나면 눈에 '불꽃'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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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는 있지만…'열린우리당 박영선(왼쪽), 한나라당 전여옥대변인이 25일 국회 기자실에서 민생경제원탁회의 결과에 대해 공동 브리핑하고 있다.[연합]
'웃고는 있지만…'
열린우리당 박영선(왼쪽), 한나라당 전여옥대변인이 25일 국회 기자실에서 민생경제원탁회의 결과에 대해 공동 브리핑하고 있다.[연합]
열린우리당 박영선 원내대변인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방송사 기자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연배(전 대변인이 59년생으로 한 살 더 많다 )인 두 의원은 81년 KBS 입사동기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곧 KBS를 그만두고 이듬해 MBC에 입사했다.

두 의원은 기자 시절부터 상대방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대단했던 것으로 방송가에서는 전해지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의원은 상생을 하자고 만난 ‘원탁회의’ 석상에서도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25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2차 민생경제원탁회의.

두 의원을 포함한 참석자 12명이 반갑게 악수를 주고 받은 뒤 타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하지만 화기애애하게 시작된 회의분위기는 금방 싸늘하게 식었다.

포문을 연 쪽은 박 대변인.

그는 “한나라당에서는 대변인을 ‘하나’라고 부르냐”고 공세를 취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전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날 열렸던 원탁회의 참석자들의 면면을 설명하면서 ‘대변인이 하나 나왔다’고 말해 마치 물건 취급 한 것을 지적한 것.

이 의장은 웃으며 “그럼 하나 둘 이렇게 부르지 뭐라고 하냐”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초등학교 시험에도 나오는데, 한 사람 두 사람, 이렇게 해야합니다”라고 훈계조로 쏘아붙였다.

이때 건너편에 앉아있던 전 대변인이 끼어들었다.

싸늘한 표정의 전 대변인은 “아니, 아나운서 하신 건 알겠는데…. 그런 것 가지고 논의할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박 대변인이 당초 아나운서로 입사해 나중 기자로 변신한 것을 겨냥한 발언.

이 의장도 “정말 걱정이에요. 걱정!” 이라고 전 대변인을 거들었다.

박 대변인은 전날 임태희 대변인이 나온 것을 상기시킨 뒤 “그렇다면 임 대변인을 ‘하나’라고 부르면 좋겠냐”고 다시 따졌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우리 걱정하지 마시고 열린우리당 일이나 걱정하세요. 아시겠어요?”라고 거칠게 쏘아 붙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열린 우리당 이계안 의원과 이목희 의원이 끼어들어 두 사람의 설전은 거기서 멈추는 듯 했다.

하지만 회의결과를 브리핑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두 의원간의 신경전은 재개됐다.

먼저 전 대변인이 “한나라당은 내일도 회의를 하자고 했지만 열린우리당 천정배 대표가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 사안을 만들어 와야 한다고 말해 추후에 다시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자 박 대변인은 곧바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한 달째 주말회의를 제의하고 있지만 대답이 없다”고 반격을 가했다.

그는 단상에서 내려와서도 “전 대변인이 ‘토요일엔 신문도 안나오는데 국회 열 필요 있냐’고 반대했다”며 “국회가 신문을 위해 일하는 거냐”고 노골적으로 전 대변인을 비난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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