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대단해요! ‘선동렬 파워’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04분


역시 ‘선(SUN) 파워’다.

선수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리며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던 선동렬 삼성 감독(41). 이제 갓 불혹을 넘겼지만 프로야구에서 선동렬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날짜를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올 한국시리즈 우승팀 현대를 망연자실하게 한 23일 심정수 박진만 듀엣의 전격 삼성 입단은 선 감독의 보이지 않는 손이 큰 역할을 했다.

대만에서 마무리 훈련을 겸한 슝디 엘리펀츠와의 친선경기를 마치고 22일 오후 귀국한 선 감독은 심정수 박진만의 입단 협상이 난항을 거듭한다는 김평호 코치의 연락을 받자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는 이들에게 영입을 원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꼭 같이 한번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간곡한 말로 끝을 맺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들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어릴 적 우상이었던 선 감독과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5년 임기는 철옹성일 것 같았던 김응룡 전 감독이 1년을 남겨두고 사퇴한 뒤 선수 출신으로는 사상 최초로 구단 사장에 오른 것 역시 선동렬 효과. 내심 선 감독에게 조기 지휘권 이양을 원했지만 차마 말을 못했던 삼성이 찾은 최선의 모양새는 김 사장-선 감독 체제였다. 이 과정에서 차기 사장 후보였던 김재하 단장의 결단이 필요했다.

선 감독은 3년간의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직을 그만 두고 현장에 복귀할 때인 지난겨울에는 40대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옛 사부인 김인식 전 두산 감독(현 한화)은 당시 선 감독이 소속팀과 말이 오고가자 스스로 재계약 포기를 선언했고 결국 김경문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는 계기가 됐다. 이어 LG가 이순철, 롯데가 양상문, 이에 앞서 전년도에 선 감독의 영입에 실패했던 SK가 조범현 감독과 계약했다.

자유계약선수(FA)제도도 선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직후인 1999년 말에야 생겼다. 선 감독이 FA가 된다면 프로야구 시장 전체가 홍역을 앓을 것을 경계했기 때문. 또 91년 억대 연봉시대를 처음 연 것도 그였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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