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한국의 슈바이처’ 설대위 前예수병원장 타계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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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한국의 농촌 의료사업에 헌신,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설대위(미국명 데이비드 존 실·사진) 전 예수병원장이 21일 오후(한국시간) 고향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몬트리트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6·25전쟁 직후부터 36년간 전북 전주시 예수병원에서 인술을 폈던 그는 1990년 미국으로 돌아갔다.

설 전 원장은 미국 루이지애나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54년 미국 남장로교 의료선교사로 아내 설매리(미국명 메리 배첼러 실)씨와 함께 전북 전주시를 찾았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주민들이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는 실상을 본 그는 아내와 함께 전주시 다가동 언덕 위에 자그마한 진료소를 설치하고 환자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주민 치료에 온 힘을 기울이면서도 병원 경영에도 수완을 발휘해 예수병원을 1960, 70년대 호남지역 최대 병원으로 키워냈다.

특히 설 전 원장은 1964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암환자 등록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대한 두경부학회를 설립하는 등 국내 암 치료와 소아마비 퇴치사업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1969년부터 87년까지 18년간 예수병원 원장을 지내면서 전주시 인근 농촌지역에서 가난한 농민들을 위한 농촌보건과 사회복지사업을 펴기도 했다. 국민훈장 목련장(1978년), 건국대 상허대상(1998년), 적십자사 인도장 금장(2001년) 등을 수상했고 1997년에는 전라북도 명예도민이 됐다.

그는 지난 수년간의 투병 중에도 예수병원 암센터 건립을 위한 미국 내 모금 활동을 계속했고 올 8월에는 암 치료 고가장비인 ‘고에너지 선형가속기’를 예수병원에 보내주는 등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한국에 대해 아낌없는 사랑을 쏟았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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