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급락 대응, 發券力 동원하나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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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박승 한국은행 총재에게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을 막기 위한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역할, 즉 발권력(發券力) 동원을 주문했다고 한다.

달러화 약세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원화 환율의 하락폭이 일본 엔화 등 제3국 통화에 비해 크기도 해서 환율 변동의 속도 조절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 한도 18조8000억원 가운데 17억원은 이미 소진됐고 1조2000억원은 이달 말 상환해야 하는 등 ‘실탄’이 바닥난 상태다. 그래서 본원통화를 확대하는 방식의 발권력 동원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효과보다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이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화 공급 확대가 국내 금리 하락과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동할 때의 부작용,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통화안정증권 발행에 따르는 부담 등이 걱정된다. 이미 수조원대에 이른 환율방어 비용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이 꼬투리 잡혀 통상마찰이 커질 우려도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한은의 외환시장개입은 투기세력에 대한 대응과 불안심리 해소 등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범위에 그쳐야 한다. 대신 제3국 정부나 중앙은행과의 협조는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 정부, 특히 재정경제부는 장기적인 달러화 약세 추세와 방어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외환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 진퇴양난의 상황을 자초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한은에 무리한 주문을 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환율 위험을 회피(헤지)하고 품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구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고서도 환율이 유리할 때는 이를 누리려고만 하고, 환율위험이 닥칠 때마다 정부만 쳐다본다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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