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천준호]쌀협상 ‘버티기’ 주장은 위험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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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준호
정부 대외협상팀원으로 쌀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15일자 김성훈 중앙대 교수의 시론 내용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의견을 밝힌다.

김 교수는 정부가 올해 안에 쌀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2005년부터 무조건 관세화될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의 해석상 올해 안에 유예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관세화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WTO사무국과 국내외의 저명 통상법률 회사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소수 의견에 기초해 기대감을 부추기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시간을 벌기 위해 분쟁해결절차 등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주장은 세계 12위 무역국가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의 국내 쌀 소비량 감소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도 이를 충분히 유의하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 현재 의견이 접근된 관세화 유예 기간 중 의무수입 물량(1988∼1990년 연간 국내 쌀 소비량의 8∼9%)도 당초 상대방의 과도한 요구 수준에서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내려온 것이다.

김 교수는 또 농정 대책의 부적절함을 질타하면서 중장기 대책을 요구했다. UR 이후 지금까지 농업구조조정 성과를 언급하면서 허송세월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수긍이 가는 부분이 없진 않다. 그러나 과거 농정 책임자들이 농업구조조정의 과제를 뒤로 미룬 것이 지금 협상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되고 있는지 헤아려 주길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제까지의 협상 내용을 놓고 어떻게 하면 국익에 좀 더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요, 쌀 시장의 추가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우리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구조조정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천준호 외교통상부 세계무역기구과 외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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