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性매매

  • 입력 2004년 9월 1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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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가운데 하나지만 철저하게 경멸당했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창녀와 그 고객을 끊임없이 꾸짖는다. ‘너는 네 딸을 창녀로 내놓아서, 그 몸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딸을 창녀로 내놓으면 이 땅은 온통 음란한 풍습에 젖고, 망측한 짓들이 온 땅에 가득하게 될 것이다.’(레위기 19장 29절) ‘석 달쯤 지난 다음에, 유다는 며느리 다말이 창녀 짓을 해 임신까지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유다가 명하였다. 그를 끌어내서 화형에 처하여라!’(창세기 38장 24절)

▷성매매를 단속하는 법률은 시대마다 나라마다 다르다. 네덜란드는 2001년 성매매를 합법화해 창녀들은 소득세를 내는 근로자가 되었다. 올해부터 성매매를 합법화한 벨기에는 연간 세수가 57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에서 성매매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일부 국가는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특정구역을 정해 놓고 그 구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경찰이 눈감아 주는 정책을 편다. 과거 한국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윤락행위방지법 대신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이 제정돼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여성단체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 법률은 성 구매자인 남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성을 판 여성은 피해자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 이 법이 시행된 후 입법 추진자들의 의도대로 성매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 근절될 수 있을지는 오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성매매를 강하게 단속하면 지하로 숨어 착취가 더 심해지고 에이즈 예방을 위한 보건 검진을 어렵게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유 사회에서 성인 남녀가 상호 동의하에 성을 매매했다면 합법적인 상업 거래로 봐야 한다’는 시각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사설에서 ‘남을 해치지 않는 한, 자신의 몸을 포함해 좋아하는 것을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 성매매는 더러운 비즈니스지만 국가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고 썼다. 한국 신문이 이런 논조로 사설을 썼다가는 여성단체의 몰매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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