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인사갔다가 혼쭐난 尹국방…朴대표 ‘속사포式’ 공박

  • 입력 2004년 8월 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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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신임 인사차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로 박근혜 대표를 예방한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혼쭐이 났다.

박 대표는 윤 장관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국가 정체성,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중책을 맡게 돼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본다”며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국방 본연의 임무”라고 윤 장관을 몰아붙였다.

박 대표는 또 “6·25전쟁 때 피를 흘리면서 나라를 지킨 것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국가 안보에는 어떤 양보도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표의 ‘속사포식’ 주문을 예상치 못한 윤 장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 장관은 “나도 청와대(대통령국방보좌관)에서 근무했는데 국가 정체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반박한 뒤 “국방부에 와서도 헌법 수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표의 ‘추궁’은 더 거세졌다. 그는 최근 논란을 빚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발 더 나아가 윤 장관이 강조한 ‘국방부 문민화’ 방침과 주적(主敵)개념 폐지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공박했다.

이에 윤 장관은 “인사차 방문한 첫 자리에서 여러 말씀을 하시는데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서둘러 논쟁을 마무리한 뒤 서울 용산기지 이전 협상 내용을 박 대표에게 비공개로 보고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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