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 입력 2004년 7월 2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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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언론 노출을 피하며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 J D 샐린저. 사진은 은둔 전 젊은 시절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반세기 동안 언론 노출을 피하며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 J D 샐린저. 사진은 은둔 전 젊은 시절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J D 샐린저 지음 정영목 옮김/278쪽 1만원 문학동네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는 J D 샐린저의 소설집 4권 중 ‘가장 마지막 발표작’이다. 샐린저는 41년 전인 1963년에 이 책을 출간한 이후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목수들아…’에는 1955년 작인 ‘목수들아…’와 1959년 작인 ‘시모어:서문(序文)’ 등 두 편의 중편소설이 실려 있다.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각광받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제외하고는 샐린저의 다른 작품은 국내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두 번째 작품집인 ‘프래니와 주이’만 출간돼 있다. ‘목수들아…’는 1968년에 번역됐지만 곧 절판됐다. 이번 ‘목수들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집인 ‘아홉개의 이야기’도 곧 출간될 예정이어서 샐린저의 소설집 4권이 국내에 마침내 모두 소개된다.

‘호밀밭의…’를 제외한 나머지 3권의 소설집에는 ‘글래스’라는 성(姓)을 가진 가족이 공통적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표제작 ‘목수들아…’에는 글래스가의 일곱 남매 중 장남 시모어와 둘째 버디가 등장한다. 군 복무 중이던 버디는 천재시인인 형 시모어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뉴욕에 온다. 그러나 형은 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버디는 신부 친척들의 분노를 떠안게 된다. 나중에 버디는 형이 신부와 여행을 떠났음을 알게 되고 형의 심경을 담은 일기장을 발견한다. 샐린저는 시모어가 신부 친척들로부터 ‘잠재적 동성애자’ ‘분열적 성격’으로 매도되는 장면을 통해 사회 부적응적인 인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냉랭함을 생생히 드러낸다.

두 번째 작품 ‘시모어:서문’은 세월이 흘러 마흔 살이 된 버디가 오래 전 자살한 시모어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목수들아…’가 ‘시모어:서문’에 비해 더 쉽고 재미있다. ‘목수들아…’는 흐름이 경쾌하고 대사가 생생한 반면 ‘시모어:서문’은 버디의 긴 독백 위주로 진행되는 데다 뚜렷한 이야기가 없어 샐린저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원제 ‘Raise High the Roof Beam, Carpenters and Seymour an Introduction’.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작가 샐린저는… 언론 피하며 반세기동안 은둔

‘목수들아…’의 표지에는 작가 사진도, 출생지나 학력 등 작가에 대한 기초 설명도 없다. 번역 소설에 흔히 붙는 ‘역자 후기’나 ‘작품 해설’이 없기도 마찬가지다.

이는 샐린저가 내건 출판 조건 때문.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한다’고 믿는 그는 표지에 그림을 넣는 것도, 요란한 디자인도 싫어한다. 때문에 국내 출판사측은 출간 전 표지 디자인을 미국에 보내 샐린저측(에이전시)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문학동네측은 “‘9개의 이야기(Nine Stories)’의 영어제목 중 ‘o’자를 태양 모양을 본떠 디자인했다가 거부당해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은둔 작가’로 유명한 샐린저는 올해 85세.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는 그는 1953년부터 미국 뉴햄프셔주 코니시에서 은둔 중이다. 그의 근황은 열성팬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서 조금씩 알려질 뿐이다.

유기농으로 기른 채소를 먹는 채식주의자지만 오븐에서 구운 양고기도 가끔은 즐긴다.

그는 두 손가락만 이용하는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가 아닌 낡은 수동 타자기를 두들기며 글을 쓴다. 40년 넘게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글은 꾸준히 쓰고 있다. 딸 마거릿에 따르면 표지 색깔별로 원고뭉치를 구분한 뒤 각각 △원고를 일절 손질하지 말고 사후에 출판할 것 △편집 후 출판할 것 등의 조건을 달아두었다.

은둔자적 삶과는 달리 여성 편력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다. 그 일부는 한때 그와 동거했던 35세 연하의 연인 조이스 메이나드의 회고록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나며’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그는 30년 연하인 세 번째 부인 콜린과 살고 있으며 두 번째 결혼에서 1남1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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