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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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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회 US오픈 골프대회(총상금 625만달러) 마지막 날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지만 더블 보기로 허망하게 승부가 갈릴 줄이야.
레티프 구센(남아공)이 2001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US오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1일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시네콕힐스G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아이스맨’ 구센은 버디 3개, 보기 4개로 1오버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4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막판 추격에 나선 미국의 필 미켈슨(2언더파 278타)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상금은 112만5000달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이다.
3라운드까지 5언더파로 선두였던 구센은 이날 드라이버샷이 최악의 상태였지만 퍼팅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드라이버샷 14개 가운데 5개만 페어웨이에 안착해 적중률이 불과 36%. 이 때문에 구센은 매 홀 고전했으나 신들린 퍼팅으로 이를 커버했다.
11개 홀에서 1퍼트로 마무리하는 등 18홀 퍼트 수가 불과 24개. 후반 한때 ‘연속 버디 사냥’에 나선 미켈슨에게 역전당하기도 했으나 구센은 14번부터 17번홀까지 4홀 연속 1퍼트를 하는 놀라운 퍼팅 실력으로 재역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승부가 갈린 17번홀(파3)에서도 구센은 더블 보기를 한 미켈슨과 똑같은 벙커에 빠뜨렸으나 2온 1퍼트로 파세이브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m 파 퍼팅으로 2타 차 우승을 확정지은 뒤 구센은 모자를 벗고 손으로 홀 쪽을 가리키며 볼에 경의를 표했다. 요란한 제스처 없이 항상 과묵한 스타일인 그는 우승 소감에서도 “코스가 어려웠지만 운이 따랐다”며 겸손해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등에 업었지만 또다시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미켈슨은 US오픈 준우승이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3번째.이날 본선 진출자 66명은 1963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US오픈 최종일에서 1명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해 시네콕힐스GC의 ‘악명’을 증명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10오버파 290타로 공동 17위, 최경주(슈페리어, 테일러메이드)는 15오버파 295타로 공동 31위에 올랐다.
| 제104회 US오픈 최종성적 | |||
| 순위 | 선수 | 파 | 스코어 |
| ① | 레티프 구센 | ―4 | 276(70-66-69-71) |
| ② | 필 미켈슨 | ―2 | 278(68-66-73-71) |
| ③ | 제프 매거트 | +1 | 281(68-67-74-72) |
| ④ | 마루야마 시게키 | +4 | 284(66-68-74-76) |
| ⑤ | 마이크 위어 | +4 | 284(69-70-71-74) |
| ⑨ | 어니 엘스 | +7 | 287(70-67-70-80) |
| ○17 | 타이거 우즈 | +10 | 290(72-69-73-76) |
| ○20 | 세르히오 가르시아 | +11 | 291(72-68-71-80) |
| ○28 | 비제이 싱 | +13 | 293(68-70-77-78) |
| ○31 | 최경주 | +15 | 295(76-68-76-75) |
▼미켈슨 “17번홀이 기가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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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에서 3퍼팅을? 그것도 마스터스 우승자 필 미켈슨(미국)이?
1.5m라면 주말 골퍼라도 넣을 수 있는 퍼팅 거리. 인심 좋은 동반자들과 같이 친다면 ‘OK(컨시드)’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미켈슨은 이 1.5m에서 믿기지 않는 3퍼트의 실수를 해 US오픈 우승컵을 놓쳤다.
운명의 17번홀(파3·179야드). 미켈슨은 6번 아이언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무사히 탈출해 1.5m 파 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내리막의 조심스러운 퍼팅.
왼손잡이 미켈슨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훅라이로 판단, 홀 왼쪽으로 볼을 밀었으나 예상과 달리 많이 휘어지지 않았다. 홀 왼쪽으로 스치며 친 거리만큼 굴러가 다시 1.5m의 보기 퍼팅. 이마저 들어가지 않았다.
파3홀에서 2온 3퍼트로 더블보기. 미켈슨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고 그를 응원하던 팬들도 “오∼”하며 긴 탄식을 토했다.
이 홀 전까지 미켈슨과 레티프 구센은 4언더파로 동타.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순식간에 2타차가 됐다. 구센은 이 홀에서 파세이브.
경기를 끝낸 뒤 미켈슨은 더블보기 상황에 대해 “그린이 빠른 것을 감안해 살짝 쳤는데 공이 바람 부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런 그린에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공이 흘러가게 돼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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