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세계의 비경]<5>아프리카 나미브사막

  • 입력 2004년 6월 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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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스플라이의 표고 100m짜리 사구를 걸어서 오르는 트레커들. 이곳의 사구는 50㎞ 밖 대서양변의 강 하구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온 흙이 쌓여 형성된 것. 이런 현상은 3000만년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다. 나미비아 소수스플라이=조성하기자
소수스플라이의 표고 100m짜리 사구를 걸어서 오르는 트레커들. 이곳의 사구는 50㎞ 밖 대서양변의 강 하구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온 흙이 쌓여 형성된 것. 이런 현상은 3000만년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다. 나미비아 소수스플라이=조성하기자
수도 빈트후크를 출발한 지 세 시간. 독일제 폴크스바겐 승합차는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흙길을 내내 시속 110km로 질주하건만 풍경의 변화는 거의 없다. 황무지란 그런 곳이다.

민가는 한 시간쯤 달려야 몇 채 보일 정도. 나무도 풀도 없는 팍팍한 대지 위로 태양만 이글거린다. 쳐다만 봐도 갈증이 이는 팍팍한 대지. 이 황야는 지평선까지 이어진다.

해발 1000∼2000m인 다마랄란드 고원의 나미비아. 동서 양단은 사막이다. 서편은 나미브, 동편은 칼라하리. 황무지 아니면 사막, 이런 척박한 땅에 나미비아는 있다. 원주민인 나마족 말로 나미비아는 ‘대평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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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위도 차가 12도(남위 17∼29도)나 되는 이 나라의 서쪽은 대서양이다. 나미브사막은 그 서해안(북쪽 앙골라 국경∼남쪽 남아공 국경)을 폭 80∼140km로 뒤덮는다. 차는 지금 그곳을 향하고 있다.

다섯 시간 만에 도착한 세스리엠. 나미브사막의 동단인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의 초입(북위 24도 근처)이다. 세스리엠에서 협곡을 통과해 사막으로 들어서면 사구(砂丘)가 발달한 사막의 비경 소수스플라이가 펼쳐진다. 세스리엠과 소수스플라이의 거리는 60km다.

○고지대에 펼쳐진 끝없는 모래언덕

나우클루프트 공원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면적이 4만9769km²로 남한(9만9293km²)의 절반이나 된다. 나미비아는 이런 자연보전지구가 국토의 13.6%(10만5559km²)를 차지해 이 부분에서 아프리카대륙 최고다.

오전 4시. 사막 전용 영국제 랜드로버로 소수스플라이를 향했다. 사막투어는 새벽에 시작해 오후 1시 이전에 끝내야 한다. 살인적인 일사량 때문이다. 가는 도중 뜻밖의 풍경을 보았다. 높이 1m가량의 덤불이 사막 곳곳을 뒤덮고 있다. 몇 달 전 내린 비 덕분이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은 나미브사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어스름 새벽. 동이 트자 피라미드 모습의 사구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떠오르자 하늘빛처럼 사구의 빛깔도 쉼 없이 변한다. 그 모래언덕에서 펼쳐지는 빛의 잔치. 나미브 사막의 아침은 이렇듯 화려하다.

해 뜨기 직전과 직후. 대개의 생명체가 하루 중 가장 바삐 활동하는 시간이다. 타조 댓 마리와 오릭스, 스프링복 무리가 멀리 보였다. 몇 km 더 들어가니 희한한 나무가 있다. 200여개의 새 둥지에 점거당한 나무다. ‘위버’라는 새의 둥지인데 나무는 ‘둥지 아파트’로 변한 모습이다. 옆 고목에는 수리부엉이 가족이 눈만 껌벅이고 앉아 있다.

사막이란 잠재적 증발량이 강수량을 초과한 곳. 나미브사막의 잠재적 증발량은 강수량의 200배가 넘는다. 생존한계선을 훨씬 넘긴 극한의 땅에도 생물이 산다. 이곳은 ‘오릭스’라는 큰 뿔 영양과 ‘오스트리치’라는 타조. 사슴을 닮은 스프링복이 주종. 딱정벌레도 봤다.

이 딱정벌레의 사는 법이 기막히다. 사막의 특징인 극심한 일교차를 이용한다. 벌레는 해뜨기 전 모래 밖으로 나와 경사면에서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엎드린다. 그러면 등에 이슬이 맺히고 벌레는 이슬이 증발하기 전 목덜미 쪽으로 구르게 해 받아먹는다. 그리고 해가 뜨면 모래 속으로 숨는다.

영양의 생존 방식은 더 치열하다. 체온 상승으로 뜨거워진 피가 뇌로 들어가면 죽는다. 그래서 영양의 큰 뿔은 자동차의 라디에이터(냉각기) 역할을 한다. 뜨거워진 피를 식혀서 뇌에 공급한다.

○이슬 한방울로 살아가는 생명들

숲을 지나면 소수스플라이다. ‘플라이(vlei)’란 팬(pan)처럼 아래로 꺼진 지형을 말한다. 사막에만 발달하는 마른 강(비 온 직후에만 형성)의 바닥 격인데 폭이 수백 m나 된다. 사구는 이 주변에 발달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크고 작고 높고 낮은 수많은 모래언덕. 그 사이를 차를 타고 달리다가 저벅저벅 모래 탑을 밟고 오른다. 사구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소수스플라이의 사구. 지구는 정말로 멋진 별이다.

이번에 찾은 곳은 데드(Dead)플라이다. 뜨거운 지열이 얼굴로도 느껴지는 사막을 20분쯤 걸었을까. 분화구 모양의 분지형 사구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그 아래로 펼쳐진 환상의 풍경. 그것은 600년 전 증발된 호수의 흔적이다. 말라붙은 진흙 바닥의 추상적인 균열, 탄화되어 숯으로 변한 뒤에도 수형을 유지하는 검은 나무, 그 주변을 에워싼 동그란 모래벽. 어떤 예술품보다 위대하고 멋진 자연의 설치미술품이다. 자연은 이렇듯 위대하다.

사막을 떠나기 전. 나무 그늘 아래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나무그늘이 그리도 귀한 것임을 가르쳐 주는 값진 식사였다. 사막에서는 물 한 방울도, 그늘 한 뼘도 생명을 담보하는 귀한 선물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이곳을 다녀간 이라면 누구나 자연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코투어리즘(Ecology Tourism·생태기행)이란 바로 그런 것, 자연을 귀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훌륭한 교육이다.

○‘원시와 현대의 공존’ 나미브 텐트호텔

소스스플라이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텐트호텔 ‘쿨랄라 데저트 로지’의 레스토랑. 여행객들이 해넘이를 감상하고 있다. 나미비아 소수스플라이=조성하기자

나미비아는 한때 독일의 식민지 지배(1890∼1914)를 겪었다. 그래서 지금도 독일풍이 느껴진다. 소수스플라이로 가는 도중 들른 주유소에도 독일맥주가 주종이다. 여우 피하고 나니 호랑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독일 지배 벗어나니 남쪽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쳐들어왔다. 이번에는 영국 식민지인 남아공에 예속됐다. 1990년 독립할 때까지 무려 76년간이나. 나미비아 달러와 남아공 랜드(Rand)의 화폐 가치가 같고 랜드가 나미비아에서도 통용되는 데는 그런 역사가 있다.

사막은 생존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자연. 그러니 여행 자체도 간단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투어는 여행 중에서도 백미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가이드 ‘론리 플래닛’의 저자이자 출판사 사장인 세계적인 여행가 토니 휠러 역시 사막여행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나미브사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텐트에서 묵는 사막유숙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묵었던 바로 그런 곳이다. 나미브사막에서 묵은 곳은 소수스플라이 로지의 두 텐트호텔 가운데 하나인 ‘쿨랄라 텐티드 캠프’. 나미브 나우크루프트 국립공원의 소수스플라이에 있다. 언덕 빗면에 나무로 기둥과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친 텐트형 숙소인데 겉과 달리 실내는 호텔급이다. 침대는 물론 샤워기와 수세식 변기까지 갖췄다. 바깥에는 자그마한 야외 풀도 있다.

텐트 여섯 동과 식당 한 채가 전부인 이곳. 그러나 얕잡아보지 말라. 캠프사이트는 이래도 터는 엄청나게 넓다. 213평방km²니까 서울의 3분의 1쯤 된다. 얼마나 넓은지 여기에 묵지 않으면 소수스플라이까지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개인 땅으로 펜스를 쳐 놓았기 때문. 숙박비(1박2식)는 1인당 20만∼28만원. 웹상에서는 ‘소수스플라이 로지(Sossusvlei Lodge)’로 찾는다.

사막의 볼거리는 시시각각 다르다. 가장 멋진 것은 선다운(해넘이)이다. 서양의 모든 리조트가 서향을 고집하는 것은 노을 감상을 제일로 치는 서양인들의 기호 때문이다. 오죽하면 ‘선다우너(노을을 즐기는 사람)’라는 말까지 만들었을까.

쿨랄라 텐티드 캠프의 자매숙소인 근방의 쿨랄라 데저트 로지에서다. 해질녘이 되자 여행객들은 저마다 와인잔을 들고 나와 야외테이블의 의자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석양과 노을을 감상한다. 온통 붉게 물든 하늘과 대지. 석양의 사막은 정말로 환상적이다.

잠들기 전. 텐트 밖 의자에 기대어 밤하늘을 보았다. 눈썹 닮은 초승달, 쏟아질 듯 많은 별. 남반구의 별자리는 모두 생소해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사막의 밤은 잠자기조차 아까운 사막의 또 다른 매력이다.

나미비아 소수스플라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나미비아 △찾아가기=서울∼홍콩(4시간)∼요하네스버그(남아공·13시간20분)∼빈트후크(2시간10분). 남아프리카항공(www.flysaa.com) 한국대리점 02-775-4697 △기후=아건조, 아열대. 가장 더운 1, 2월의 최고기온(평균)은 20∼36도. 겨울(7, 8월) 최저기온은 6∼10도. 습도는 거의 없다. 여행 최적기는 4, 5월. △입국비자=필요.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남아공)의 나미비아관광청에서 즉석 발급. 발급료는 138나미비아달러 △말라리아=우려지역 출발 1주 이상 전 내과 진찰 후 처방받아 복용(주 1회씩 5주간). △수돗물=안전하니 마셔도 된다. △팁핑(팁주기)=선택적. 서비스가 좋으면 10%. △공용어=영어. △소수스플라이=빈툭에서 300km(자동차로 4시간 안팎). △ 웹사이트=나미비아와 사막, 사막숙소 등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다. www.namibweb.com www.namibiawildliferesorts.com

● 나미브 사막 패키지 투어

아프리카 전문여행사인 인터아프리카(02-775-7756·www.interafrica.co.kr)는 ‘남아공+나미비아 10일’ 상품을 판매 중.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케이프타운을 여행하고 나미브사막에서는 텐트호텔에 묵으며 소수스플라이 사구여행을 한다. 39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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