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애들이 배울라…"LG서승화 퇴장 계기로 본 ‘프로야구 악동’

  • 입력 2004년 6월 3일 18시 36분


99년 삼성투수 배영수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호세. 동아일보 자료사진
99년 삼성투수 배영수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호세. 동아일보 자료사진
개막 2개월이 채 안돼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최다인 3번째 퇴장을 당한 LG 투수 서승화. 이쯤 되면 ‘불세출의 그라운드 악동’ 소리를 들을 만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일 그에게 제재금 200만원과 3경기 출장정지의 가중처벌을 내렸다.

그러나 LG 선수단의 평가는 딴판. 서승화가 제구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몸쪽 승부를 즐기다 보니 그리 됐지 평소 언행은 오히려 조용한 편이라는 것. 2일 두산 1루주자 윤재국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것도 고의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서승화는 입단 3년 만인 올해 비로소 첫 승(통산 10패)을 올린 무명. 반면 역대 소문난 악동들은 하나같이 유명 스타였다. 서승화 사건을 계기로 국내외 그라운드 악동들의 면모를 살펴본다.

▽국내=롯데의 ‘수입 갈매기’ 호세가 단연 으뜸이다. 그는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오물을 던지는 대구 관중석을 향해 방망이를 날렸다. 그는 또 2001년에는 삼성 투수 배영수의 코뼈를 부러뜨렸고 2002년에는 한미 이중계약을 해 물의를 빚었다.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98년 용병 도입 후 유달리 외국인 선수의 퇴장이 잦았다. 2002년 LG 만자니오는 교체를 위해 나온 양상문 투수코치(현 롯데 감독)에게 공을 넘기지 않고 버티기를 했다. 지난해 현대 프랭클린은 판정에 불만을 품고 그라운드를 빙빙 돌았다.

사령탑 중에는 삼성 김응룡 감독과 김성근 전 LG 감독이 단골손님. 김응룡 감독은 해태 시절인 96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더그아웃 의자를 박살내는 무력시위를 펼쳤다. 그에게 허리춤 한 번쯤 잡혀보지 않은 고참 심판원은 드물 정도.

김성근 전 감독은 심판원의 진을 빼는 것으로 유명했다. 쌍방울 시절인 98년 현대와의 수원경기에선 마운드 높이 문제로 31분이나 실랑이를 벌였다.

▽해외=2001년 삼성에서 잠시 투수로 뛰었던 갈베스는 일본 요미우리 시절인 98년 퇴장명령을 받자 마운드를 내려가다 갑자기 주심을 향해 공을 던졌다. 그는 국내에서도 살인적인 몸쪽 승부로 등판 때마다 빈볼 시비를 일으킨 장본인.

미국에선 구속 160km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투수였지만 조기 은퇴한 존 로커가 대표 악동. 그는 애틀랜타 시절인 99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텍사스 박찬호의 팀 동료였던 칼 에버렛(몬트리올)은 심판은 물론 감독에게도 대들었던 상습범. 지난해 6월엔 헛스윙을 하면서 방망이를 놓쳐 4세짜리 소년과 14세 소녀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사상 첫 몸값 1억달러(약 1200억원·7년간)를 돌파했던 뉴욕 양키스의 케빈 브라운은 점잖은 외모와 달리 라커룸에 여기자만 들어오면 궁둥이를 내보이고 속옷을 갈아입어 민망하게 만들었다.

김병현(보스턴)도 지난해 손가락 욕설 파문에 이은 기자 폭행과 외골수 성격으로 인한 동료와의 대화 단절로 악동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박찬호(텍사스)도 LA다저스 시절인 2001년 애너하임 타자인 팀 벨처와의 시비 중 이단 옆차기를 날린 적이 있다.

한편 다른 종목에선 판정 불만이 생길 때마다 라켓을 부러뜨렸던 테니스의 존 매켄로, 카메라맨을 발로 차고 심판을 머리로 받은 농구의 데니스 로드맨, 관중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린 축구의 에릭 칸토나, 경기가 안 풀리자 퍼터를 연못에 집어던지고 숙소로 가버린 골프의 존 댈리, ‘핵주먹’에서 ‘핵이빨’이 된 복싱의 마이크 타이슨이 대표 악동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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