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운동권' 출신 대거 국회 입성

  • 입력 2004년 4월 16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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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386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은 학생시절 진보 이념과 치열한 토론 문화를 배운 본격적인 '민주화 세대'로서 국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고, 각종 진보개혁 입법을 통해 정치권에 '개혁 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80년대 학생운동은 1988년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1987년 6월 항쟁 이전의 시기와 이후의 시기로 크게 나눠 볼 수 있다.

이념적 성향은 한총련의 전신인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의 사상적 근간을 이루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NL)계열과 PD(민중민주주의)의 계열로 나뉜다. PD에서 갈라져 나온 분파가 CA(제헌의회파)계열. 80년대 전반기 학생운동의 주역들은 대부분 CA 혹은 PD계열로 볼 수 있고, 87년 이후 전대협 주축 세력은 대부분 NL계열로 분류된다.

▽87년 6월항쟁 이전 세대=70년대말에서 80년대초까지 활약했던 학생운동권 세대에선 CA이념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열린우리당 민병두(民丙[)총선기획단장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재선에 성공한 열린우리당 신계륜(申溪輪)의원은 80년 '서울의 봄'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다. 심의원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80년대 전반기에 학생 운동을 이끈 리더로는 이번에 재선 고지를 밟은 김영춘(金榮春·고려대 총학생회장) 송영길(宋永吉·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영등포갑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고진화(高鎭和·성균관대 총학생회장)당선자 등이 꼽힌다.

또 전남대총학생회장이었던 열린우리당 강기정(姜琪正·광주북갑) 당선자는 90년대 초까지도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었고, 이상수(李相洙) 전 의원 보좌관으로 서울 중랑갑에서 당선된 이화영(李和泳) 당선자는 노동운동으로 유명하다. 이밖에 강원도에서 당선된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은 연대 학생회 활동을 하다가 87년 당시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전대협 세대=이번 국회에는 모두 10명의 전대협 간부 출신 인사들이 당선됐다. 동조 세력을 규합하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할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87년 6·10항쟁 이후 만들어진 전대협은 임수경 방북 등을 주도하며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구로갑에서 당선된 열린우리당 이인영(李仁榮)당선자는 고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1기 의장을 역임했다. 99년 국민회의 창당 발기인으로 정치에 뛰어든지 5년만에 금배지를 달았다. 역시 고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서울강북갑)당선자는 전대협 2기 의장, 재선에 성공한 임종석(任鍾晳)의원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3기 의장이었다. 서울 서대문갑에서 대학 선배인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의원과 피말리는 접전끝에 당선된 열린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당선자는 전대협 1기 부의장이었다. 87년 6월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고 이한열 열사를 부축한 사진 속의 당사자다. 열린우리당 김태년(金太年·경기성남수정) 당선자는 경희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간부였다.

이밖에 2기 전대협 연대사업국장을 지낸 백원우(白元宇) 전 청와대행정관은 시흥갑에서 당선됐다. 또 동국대학생회장 출신인 열린우리당 최재성(崔宰誠·경기 남양주갑), 이철우(李哲禹·경기연천포천) 정청래(鄭淸來·서울마포을)의원도 전대협 간부 출신이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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