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뭘 잘했다고 지역구 의원 늘리나

  • 입력 2004년 2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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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면 의원 정수 증원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인구비례로 볼 때 우리의 의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도 않다.

그러나 국회가 어제 지역구 의원을 15명 늘리기로 한 것은 민의(民意)에 어긋난다. 불법 대선자금, 정쟁(政爭) 등으로 지금 정치권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환멸에 가깝다. 여기에 정치개혁 등 해야 할 일엔 소홀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심인 것으로 비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지역구 늘리기는 두 야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영남 호남에서 각각 2, 3석 늘어난 것이다. 의원 정수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한 열린우리당도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를 보였다고 하기 어렵다.

물론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3 대 1을 넘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선거구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역구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줄이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도 국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비례대표를 늘리되 지역구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결국 이 같은 여론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아직 비례대표 수가 어떻게 조정될지는 유동적이지만 현행 46석으로 동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원 동결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선거가 임박해 정치 담합으로 지역구 의원 수를 처리해 버리는 정치권의 행태를 더는 용납하기 어렵다. 이러려고 정치개혁특위 시한을 네 번씩이나 연장해 가며 15개월의 시간을 허비했는가. 이래서는 더 이상 국회에 의원 정수 조정 권한을 맡길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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