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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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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왕산에는 충견(忠犬)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이 개는 아침마다 산에 오르는 노인 한 분을 정성껏 수행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365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개는 매일 아침 똑같은 장소에서 노인을 기다리다 모시고 올라가고, 똑같은 지점에서 노인을 배웅한 뒤 산으로 돌아간다. 이 개가 노인을 만날 때마다 몸을 쭉 뻗어 절을 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요즘 세상에 어느 자식이 저렇듯 부모를 섬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적 조형미로 유명한 조각가 최종태 선생의 서울 마포구 연남동 댁 주변 참새 떼도 이에 못지않다. 새들과의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선생은 지난 10년간 하루 3번씩 거르지 않고 모이를 주었다. 선생이 마당으로 나서면 새들이 어디선가 순식간에 날아든다. 새들은 선생의 귀가가 늦어지는 날이면 지붕에 일렬로 정렬해 기다리다 먼발치에서 발소리가 나면 일제히 날아가 모시고 들어온다. 선생은 참새 떼와의 인연을 그가 만든 어떤 걸작 조각품 못지않게 소중하게 생각한다.
▷‘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사시던 조계산 중턱의 불일암(佛日庵) 다람쥐도 이에 못지않다. 스님은 수행 틈틈이 암자 주변의 새와 다람쥐에게 곡물을 나눠주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다람쥐는 스님이 늦잠이라도 자는 날이면 어김없이 암자 안으로 들어와 ‘톡톡’ 문을 두드리곤 했다. 덕분에 스님은 수행에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영물들에 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필자뿐일까. 만물의 영장(靈長) 노릇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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