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S의 침묵, 납득하기 어렵다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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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풍(安風)’ 사건과 관련해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이 문제의 돈 940억원을 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청와대 집무실에서 직접 받았다고 법정 진술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YS는 비서들에게서 강 의원의 진술 내용을 보고받고도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말 안 한다면 절대 안 한다”고만 했다는데 이 무슨 고집이고 오기(傲氣)인가. 측근인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도 YS와 이 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함구하고 있다.

‘안풍’ 사건은 안기부 예산을 19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 비용으로 유용했다는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의혹 사건이다. 강 의원의 진술로 그 중심에 YS가 있었음이 분명해진 이상 YS가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일 것이다. 재임 중 역사를 바로 세운다며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비리 의혹에는 입을 다문다면 자기모순이다.

검찰도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안기부 돈이 틀림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그 돈이 92년 대선 때 쓰고 남은 돈인지, 대통령 당선축하금인지, 통치자금성 비자금인지, 아니면 이 모두가 섞여 있는 것인지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당장 강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 않은가. 법원이 YS를 증인으로 채택한 마당에 재조사를 꺼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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