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길거리 농구출신 이항범, 기적같은 프로입단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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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68의 작은 키에 길거리 농구 출신으로 고졸 학력. 여기에 포병으로 군복무. 이력만 보면 프로농구 코트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프로농구 선수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이항범(24).

4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농구연맹(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는 전체 14순위로 지명을 받아 KCC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 이항범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프로농구 드래프트를 거친 최초의 고졸 출신이자 역대 최단신 선수 탄생.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뻐요.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흘렀습니다. 힘들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어요.”

중학교 2학년 때 한강 둔치에서 재미삼아 친구들과 농구를 즐기던 그는 당시 경복고 감독 신동찬씨의 눈에 띄어 선수로 변신했고 홍대부고에서 유망한 포인트가드로 주목받았다.

98년 말 성균관대에 스카우트까지 됐지만 수능 점수가 모자라 대학 진학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대학보다 프로에 직행하겠다고 마음먹고 2001년 프로농구 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다시 쓴잔을 들이켠 뒤 그해 군에 입대해 경기 연천군의 한 전방부대에서 사병으로 근무했다. 군에 있는 동안에도 농구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없어 틈만 나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 제대한 뒤 모교 홍대부고에서 까마득한 후배들과 훈련해 온 끝에 마침내 프로 무대를 밟게 된 것.

각오를 다지기 위해 얼마 전 머리까지 빡빡 민 이항범은 “솔직히 연습생으로라도 뽑히고 싶었다.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며 울먹였다.

그의 아버지인 중견 탤런트 이병철씨(56)는 “항범이가 그동안 외롭게 운동하는 걸 지켜보면서 무척 안쓰러웠다”며 아들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이항범을 낙점한 KCC 신선우 감독은 “몇 해 전 연습경기에서 그를 처음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순발력이 빠르고 기량이 뛰어나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드래프트에서 포인트가드 양동근(23·한양대 4년)은 전체 1순위로 지명 받아 모비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KCC에 지명을 받은 뒤 곧바로 모비스에 트레이드된 것. 지난달 모비스가 외국인선수 바셋을 KCC에 넘겨주는 대신 호프를 받아들이면서 지명권을 바꾼 결과다. 올해로 7번째를 맞은 드래프트에서 한양대 출신이 전체 1순위로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TG삼보 양경민의 사촌 동생인 양동근은 지난해 농구대잔치에서 경기당 평균 18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동근의 용산고 1년 후배로 3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뛰어든 가드 이정석(연세대)은 2순위로 SBS에 선발. 이번 드래프트에선 참가자 33명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적은 17명이 프로에 진출했다.

2004 프로농구 국내선수 드래프트
지명순서12345678910
모비스SBSSK전자랜드KTFTG삼보KCC삼성LG오리온스
1라운드양동근
(한양대·가드)
이정석
(연세대·가드)
임효성
(성균관대·가드)
김도수
(경희대·포워드)
김성현
(한양대·포워드)
이상준
(연세대·포워드)
최승태
(연세대·가드)
박진열
(경희대·포워드)
이정협
(연세대·포워드)
백인선
(고려대·센터)
2라운드지명포기지명포기강윤식
(명지대·센터)
천일환
(경희대·가드)
지명 포기한상민
(경희대)
이항범
(홍대부고·가드)
이병윤
(고려대·포워드)
김상영
(중앙대·가드)
김현중(동국대·가드)
※모비스와 KCC는 지명권 교환, 2라운드는 1라운드의 역순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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