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혜인아, 괜찮아! 신발끈을 다시 매렴”

  • 입력 2004년 2월 3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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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던 소녀는 요즘 속상할 때가 많다.

홀로 숙소에서 눈물지으며 한숨을 내쉰 적도 있다. 그래도 이제 시작일 뿐. ‘잘할 수 있다’는 희망만큼은 항상 가슴 한구석에 꼭 품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신세계의 ‘얼짱’ 신혜인(19·1m85). 인터넷 팬 카페 회원수가 3만명에 이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그는 성인 데뷔 무대인 우리금융그룹배 2004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선 시련의 연속이다. 3경기에 교체 멤버로 나서 출전 시간은 고작 16분55초. 2점슛 5개를 던져봤지만 무득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뛰어든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끄러운 성적표다. 게다가 팀은 3연패에 빠져 있다.

“솔직히 1년생이니까 큰 기대는 안했어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3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숙소에서 만난 신혜인의 말. “고등학교 때는 저보다 큰 선수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프로에선 용병과 장신 선수들이 많아 힘이 들어요.” 아직 숙명여고 3년생인 프로 새내기에게 성인 농구의 벽은 그만큼 높다.

주위의 견제도 ‘왕따’ 얘기가 나올 만큼 심했다. “첫 인상이 차가운 편이거든요. 그래서 언니들에게 괜한 오해를 받고 심한 수비도 받는 것 같아요.” 골밑 돌파 때 왼쪽을 선호하는 공격 스타일까지 다 노출돼 득점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그는 경기에 진 날도 인터뷰 요청을 받을 만큼 관심의 대상이다. 이 또한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잘해야 된다는 부담으로 무리하게 슛을 던졌죠.”

그렇다고 실망만 할 수는 없다. 신혜인은 약점인 체력 보강을 위해 최근 몸무게를 66kg에서 68kg으로 늘린 데 이어 70kg을 목표 체중으로 삼았다. 같은 또래 친구들은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지만 신혜인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 꼭 야식을 챙긴다. 라면 과자 요구르트 등 닥치는 대로 먹는다.

단조로운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일어나 슛을 던지고 한밤중에도 체육관 불을 밝힌 채 슈팅 훈련을 한다. 최근에는 CF모델 제의를 받았지만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사양했다.

신혜인은 신치용 삼성화재 남자 배구팀 감독과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전미애 국일정공 감독의 둘째딸. 스포츠 스타 2세인 그에겐 부모의 조언도 큰 힘이 된다.

“엄마가 아빠는 매일 이기는데 넌 언제 이겨보느냐고 하면서도 욕심 부리지 말고 안 뛴 만큼 보강 훈련 더 많이 하라고 해요. 아빠 역시 기다리면 기회는 오니까 그때 잡으라고 하셨어요.”

얼마를 뛰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신혜인. 골도 많이 넣고 게임도 이기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는 신혜인.

경기가 끝나면 음료수 병부터 챙겨야 하는 막내 신혜인은 언제쯤 활짝 웃을 수 있을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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